독자마당

[독자마당] 나의 작은 예수님

입력일 2018-06-04 수정일 2018-06-05 발행일 2018-06-10 제 3098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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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 전 처음 만나던 날, 진실함이 담긴 까만 눈동자가 제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저는 결혼 전 개신교 신자였고 결혼과 동시에 가톨릭으로 제 스스로가 개종했습니다. 결혼 전 저는 배우자 기도를 했고 꿈에서 본 그 사람이 현재의 남편입니다. 그때 남편은 신자가 아니었고 저 혼자 7년간 유아세례(아들 둘)와 남편을 위하여 마음속으로 기도하며 열심히 성당에 다녔습니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레지오 활동을 했고, ‘언젠가는 남편도 주님이 불러주시겠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큰 아들이 일곱 살쯤 되었을 때 밥상 앞에서 권위적인 경상도 사람인 남편이 우리 집에서 제일 높은 분이 누구냐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당연히 본인일 줄 알았는데 큰 아들이 “예수님”이라고, 그리고 “아빠는 왜 성당에 안 오시냐”고 반문하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아이가 재차 “아빠는 성당에 안나오세요?” 하고 묻자 “회사일이 바빠서 갈 수가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옆집 다영이 아빠는 안 바쁘고 아빠만 바빠요?”라고 말했고, 남편은 더욱 당황했습니다. 그 뒤 남편은 스스로 통신교리를 선택했습니다. 드디어 저의 기도가 이뤄졌습니다.

그 뒤 세례를 받고 바쁜 회사일에 치이다 보니 남편에게 시련이 왔습니다. 회사일로 주일 미사를 빠지는 횟수가 늘어나다 보니 2년간 냉담을 하게 된 것이지요. 저는 끊임없이 기도하면서 ‘주님이 불러주시겠지, 더 큰 일꾼이 될 수 있게 시련을 주시는 거겠지’라고 기다리던 중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마침 본당 주임 신부님이 부임하시면서 냉담자 가정 방문을 오신 것입니다. 그때 우연인 척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남편을 보자마자 교육분과를 부탁했습니다. 다행히 남편은 감사하게 받아들였고 그 뒤부터 주일학교 교장을 4년, 부회장을 2년, 평협회장 4년까지 정말 열심히 본당 공동체를 위해 최선을 다했답니다. 열심히 하는 남편 빅토리오를 보면서 저는 “당신은 나의 작은 예수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속적인 것을 버리고 저를 따라와 주신 당신께 너무도 감사하며 늘 주님 안에서 저의 가정을 이끌어 나가는 것을 볼 때 주님께 무한한 감사와 영광을 드립니다. 빅토리오씨,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