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시간 ‘성체조배’
성체 안의 그리스도와 만남
자유롭게 맘 속 이야기 나눠
수원교구 남양성모성지 성당. 미사 시간도 아니지만, 신자들이 성당에서 기도하고 있다. 어떤 신자는 서서, 어떤 신자는 무릎을 꿇고, 어떤 신자는 기도의자를 사용하는 등 모습은 제각각이다. 하지만 그들의 시선은 성광에 모셔진 성체 한 곳에 모여 있다. 바로 성체 앞에서 기도하는 신심행위, 성체조배의 모습이다.
성체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믿고 공경하는 교회는 성체 앞에서 기도하는 성체조배의 전통을 중요하게 여겨왔다.
구속주회 창설자이자 교회학자인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 성인은 “성체조배로 보낸 시간은 일생 중 가장 귀하고 유익한 시간”이라며 “15분간의 성체조배로 얻은 것은 24시간 동안 다른 신심 행위들로 거둔 것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교회가 이렇게 성체조배를 강조하는 이유는 성체조배가 신자들이 그리스도 앞에 직접 나아가 그리스도의 현존을 더욱 긴밀하게 느끼고 일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사 중 거행된 성체성사가 공동체적인 만남이자 성사였다면, 성체조배는 하느님 안에 머무르며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고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는 하느님과의 개인적·인격적인 만남의 시간이다.
복자 바오로 6세 교황은 회칙 「신앙의 신비」를 통해 “조배는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주 그리스도께 대한 합당한 흠숭의 실천, 감사의 뚜렷한 표시, 사랑의 모정”이라고 밝혔다. 또 성체조배는 “성체 안의 그리스도와 함께 교제하는 것”이라면서 “지상에서 이보다 더 큰 위안이 없으며 성스러움으로 나아가는데 이보다 더 큰 효력은 없다”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성체 앞에서 그리스도의 현존을 더 깊이 느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침묵 유지’다.
이 침묵은 단순히 소리를 내지 않는 것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십자가의 성 요한은 그의 저서 「가르멜의 산길」에서 하느님과의 신비적인 일치에 이르기 위해 외적·내적 침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적 침묵을 지키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기도문을 소리 내지 않고 외우면서 잡념을 없애거나 하느님과 자유로운 형태로 대화하며 친교를 나누는 방법은 누구나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또 내적 침묵은 모든 인간적인 사고를 멈춘 채 오직 하느님께 매료되는 ‘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자들의 성체 신심을 올바로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도직단체가 실천하는 방법을 따라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국천주교지속적인성체조배회’는 ▲경건한 마음으로 침묵을 유지하고 ▲조배에 앞서 주님께 최대한의 경의를 표하며 ▲“너희는 나와 함께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더란 말이냐?(마태 26,40)”라는 말씀을 기억하며 적어도 1시간 이상 조배할 것을 권고한다.
한국천주교지속적인성체조배회 김명관(안셀모) 회장은 “묵상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과 용서를 깨달으면 이를 이웃에게도 나눌 수 있게 되는 것 같다”며 “더 많은 신자들이 성체조배를 하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