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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평화와 ‘안보 딜레마’ / 이원영

이원영 (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rn
입력일 2018-05-21 수정일 2018-05-21 발행일 2018-05-27 제 3096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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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던 한반도 평화의 정세가 북한의 남북 고위급회담 무기 연기 통보로 일단 주춤해진 상황이 됐다. 북한은 로동신문을 통해 맥스썬더(Max Thunder) 한미연합공중전투훈련을 자신들에 대한 “공중선제타격과 제공권 장악을 노린 것”이라며, “북남관계 개선과 조선 반도 긴장완화, 조미대화 국면에 찬물을 끼얹는 위험천만한 도발행위”로 규정하고, “판문점선언에 배치되게 정세를 대결과 전쟁의 원점으로 되돌려 세우려는 무모한 북침전쟁 책동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조선중앙통신에서는 “미국이 조미수뇌회담이 다가오는 때에 ‘B-52’전략 핵폭격기와 ‘F-22랩터’ 스텔스 전투기를 포함한 핵전략자산들을 투입해 역대 최대규모의 훈련을 벌여 놓은 것은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보장, 대화 분위기에 역행하는 극히 도발적이고 온당치 못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5월 11일부터 25일까지 진행 예정인 한미연합 ‘2018 맥스썬더’ 훈련은 매년 정기적으로 상반기에 실시하는 한미연합훈련이다. 국방부는 이 훈련이 북한의 지대공·공대공 위협에 대응하는 작전수행능력 점검 훈련이라고 한다. 즉 이 훈련은 방어적 성격이며, 특히 올해의 경우 북한이 항상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원거리 폭격기 B-52가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타 국가의 무기가 방어용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에 안보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안보 딜레마’라고 한다. ‘안보 딜레마’ 때문에 세계 각국은 살상용 무기를 개발하고, 실전에 배치하며 이를 운용하는 훈련에 천문학적 비용을 사용하고 있다. 전쟁이 일시적으로 중지된 정전 상태인 한반도에는 남북, 북미 간의 군사적 대립이 지속돼 왔다. 그러나 자신들의 무기는 상대방의 위협에 대응하는 방어적인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심지어 북한은 자신들의 핵개발이 미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억제력이라고까지 주장해 왔다. 그러나 남한은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 역시 한미 공동훈련에 대해서도 비슷한 공포심을 느끼고 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전형적인 ‘안보 딜레마’ 상황이다.

한반도 평화를 향한 거대한 전환에 있어 ‘안보 딜레마’의 해소가 가장 중요하다.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그 약속을 신뢰할 수 있는 조치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북한과 미국이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중재자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북한과 미국의 소통을 중재하면서 북한과 미국이 상대에게 진실로 원하는 것을 확인하고 그 접점을 찾아주는 역할을 우리가 할 수 있다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진정한 운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남북의 신뢰가 쌓일 수 있다면 남북 협력은 공고화될 것이며, 이는 또다시 북미 관계의 변화를 촉진하는 촉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될 때 한반도 평화 정착은 비록 부침이 있을지라도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원영 (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