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 5년… 교황은 진정한 ‘쇄신’ 위해 회개·자비 강조했다 가톨릭대 신학대학·신학과사상학회 공동주최 교황 가르침 돌아보고 지역교회 상황들 살펴 각국 대표 신학자 7명 발제… 쇄신 방향 논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교황이 세상을 향해 지닌 전망은 무엇인가. 교황이 그동안 실천한 행동은 어떤 가르침을 주며, 각 지역교회는 교황의 가르침을 어떻게 수용했고 그것을 삶에서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러한 의문에 답하고 함께 나아가야할 방향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돼 관심을 모았다.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학장 백운철 신부)과 신학과사상학회는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 5주년을 맞이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지역 교회 안에서의 수용과 도전’을 주제로 4월 28일 서울 혜화동 신학대학 대강의실에서 국제학술심포지엄(이하 심포지엄)을 열었다. 신학과사상학회 제6회 심포지엄이기도 한 이 자리에서는 세계 각국 교회의 대표 신학자 7명이 발제에 나서, 각 지역 교회가 서로 다른 상황 안에서 교황의 가르침을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지 짚어봤다. 나아가 쇄신을 위해 지금, 이 자리에서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논의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심포지엄에서 발제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은 요컨대 “이른바 십자가를 내세워 권세를 누리려는 모습을 쇄신하고, 교회 안에서 뿐만 아니라 세상과 일치하며,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변방으로 나아가라”는 촉구라고 설명했다. 각 발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안토니오 스파다로 신부(「치빌타 카톨리카」 편집장)를 비롯해 룩 포레스티에 신부(프랑스 파리가톨릭대 교수), 폴 콜만 신부(미국 노틀담대 교수), 사비노 벵코 몬시뇰(필리핀 산토 토마스대 교수), 카를로스 멘도자 알바레즈 신부(멕시코 이베로아메리카나대 교수), 노엘 코놀리 신부(호주 골롬반 선교공동체), 오세일 신부(서강대 교수)가 맡았다. 발표 주제는 ▲자비의 외교와 지정학, 프란치스코 교황의 새로운 세상 ▲경계와 한계의 차이, 유럽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 수용에 관한 평가 ▲환영, 질문과 선포:미국에서의 프란치스코 교황의 수용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회적 친교:필리핀에서 현실과 도전들 ▲호주교회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가르침의 타당성과 도전 ▲대중신학, 세계화된 세상 안에서 타자에 귀 기울이라는 절박한 호소 ▲교종 프란치스코와 함께 한국 천주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가, 사회가, 가족이, 개개인이 ‘복음의 가치’를 기준으로 쇄신하고 변화하길 촉구한다. 또한 쇄신은 그리스도를 나 자신과 교회의 중심에 두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해왔다. 특히 교황은 ‘경계’로 다가가 그 선을 넘어 만나고 일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더 큰 쇄신을 위해서다. 무엇보다 이러한 행동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열매 맺기 위해서는 회개와 자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프란치스코 교황 가르침의 핵심이다. 교황의 이러한 가르침과 모범적 실천은 각국 교회와 사회에서 큰 환영을 받아왔다. 하지만 실제 그의 파격적인 행보를 불편해하고 비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발제자들은 각국을 사목방문하면서 교황이 보여준 이러한 행동의 의미와 신학적 근거 등을 밝히는데 힘을 실었다. 또한 미국에서 보수적 경향을 보이며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이들과 진보적인 경향을 보이는 이들의 평가가 양극화된 모습, 성직자들에 대한 신뢰가 추락한 호주교회 안에서 교황의 가르침이 큰 힘을 얻지 못하고 있는 현실 등에 관해서도 가감 없이 지적하고 실천 대안 등을 밝혔다. ■자비는 세상을 바꾼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상과 국제정세, 외교에 관해 지닌 시각에는 자비가 강하게 연결돼 있다. 각국 사목방문을 연결한 끈도 바로 자비였다. 이번 심포지엄 발제자들도 한 목소리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권고하는 모든 쇄신의 출발점은 영적 회개”라며 “자비는 회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스파다로 신부는 우선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하는 자비가 어떻게 외교, 정치 활동의 한 형태로 이해될 수 있는지에 관해 설명했다. 스파다로 신부는 정치적 의미에서 자비의 핵심은 “어떤 나라와 민족, 국가 사이에서 어떤 사람도, 어떤 일도 패배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교황은 열린 외교, 변두리 외교, 야전병원 외교, 연대의 외교를 비롯해 영적 권세와 세속적 권세를 혼동해 교회를 권력의 보증인으로 보지 않는 시각을 보인다고 말했다. ‘왜 변두리로 나아가야 하는가?’ 세계 각 지역 교회에서 신자들이 교황을 향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스파다로 신부는 이에 관해 자비가 그 선택의 핵심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교황은 실제 사목방문을 통해 변두리 즉 상처가 있고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 이들의 상처를 만지고 치유의 몸짓을 보여 왔다. 벵코 몬시뇰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5년 필리핀을 방문하면서 보여준 모든 여정은 ‘자비와 연민’을 구체화하는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자비와 연민은 자신을 변화시켜 교회와 세상 전체를 국경 없는 자비의 세상으로 만드는 사명을 실현하게 해준다. 또한 벵코 몬시뇰은 “자비와 연민이라는 주제는 하느님 은총에 대한 복음적 약속이며, 부수어진 세상을 치유하는 힘”이라고 전했다.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