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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무엇을 담았나 (하)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8-05-01 수정일 2018-05-02 발행일 2018-05-06 제 3093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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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을 사는 신앙인의 삶은 악마와 끝없는 싸움의 여정
“세상 것 아닌 주님께 중심을”

프란치스코 교황의 화두는 ‘식별’이다. 교황은 그동안 식별이야말로 “오늘날 교회에 필요한 사명”이라고 강조해 왔다. 교황은 자신의 세 번째 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Gaudate et Exsultate)에서도 항상 깨어 식별하는 영적 투쟁에 나서라고 당부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제5장 ‘영적 투쟁, 깨어 있음, 그리고 식별’을 중심으로, 성덕으로 가는 여정에서 무엇을 어떻게 식별해야 하는지를 알아 본다.

■ 성덕의 길은 끊임없는 영적 투쟁

“나태·욕정뿐 아니라 악마와도 싸워야”

“그리스도인의 삶은 투쟁의 연속입니다. 우리는 악의 유혹에 대항해 이겨내고 복음을 선포할 수 있는 힘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삶에서 매번 주님의 승리를 기뻐할 수 있기에 이 투쟁은 달콤합니다.”(158항)

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제5장 ‘영적 투쟁, 깨어 있음, 그리고 식별’의 첫 문장이다. 그리고 이 문장은 제5장 전체의 의미를 잘 대변하고 있다. ‘영적 투쟁’이라는 용어에 몇몇 이들은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교황은 전혀 개의치 않고 제목에 사용했다.

이 장에서 교황은 악마와의 끊임없는 싸움을 요청했다. 악마와의 싸움은 단 한 번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속되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교황은 이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세상과 세속적인 사고방식이나 우리 인류의 연약함과 나태와 욕정, 질투와 같은 나쁜 성향에 대항한 싸움뿐만 아니라 악마와도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159항)고 말했다. 교황은 악마는 성경의 가장 첫 장부터 등장한다고 지적한 뒤 “우리는 악마를 미신, 비유적인 말, 또는 하나의 생각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161항)고 경고했다. 교황은 우리가 악마를 단지 하나의 상징이나 관념으로 인식한다면, 악마에 대한 우리의 경계가 허물어진다고 덧붙였다.

또 교황은 성덕으로 향하는 모든 여정에서 항상 깨어 있을 것을 요청했다. 교황은 “성덕의 여정은 성령께서 주시는 평화와 기쁨의 원천이지만, 동시에 영적인 삶은 항상 깨어 ‘등불에 불을 밝히기’를 요구한다”(164항 참조)고 말했다. 교황은 특히 하느님 앞에 심각한 죄를 짓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따분한 무기력 상태’에 빠지는 ‘영적 부패’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교황은 이러한 ‘영적 부패’에 빠지는 사람은 죄인의 타락보다 더 나쁠 수 있다면서 “안락함과 자기만족이라는 맹점에 빠져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165항)이라고 지적했다.

■ 식별의 힘

“기도와 묵상으로 식별의 능력 키우길”

교회 안에는 악마의 유혹에 맞서는 많은 강력한 무기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식별이다. 식별은 겉보기에 그럴싸해 보이는 수많은 것들이 우리의 정신을 현혹하고 있는 오늘날 더욱 필요하다. 그래서 교황은 성덕으로 향하는 영적 투쟁의 길에서 식별을 강조했다.

교황은 “주님께서 주시는 식별이라는 선물은 이러한 영적 투쟁을 돕는다”면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 성령에서 온 것인지, 세상에서 온 것인지, 악마에게서 온 것인지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돕기 때문”(166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식별은 우리가 반드시 주님께 간청해야 할 선물”이라면서 “우리가 성령께서 식별이라는 선물을 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요청하고, 기도와 묵상, 복음 읽기, 상담 등을 통해 이를 발전시킨다면, 우리는 이러한 영적인 재능 안에서 성장할 수 있을 것”(166항)이라고 말했다.

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의 중심은 바로 이 영적 투쟁과 식별에 있다.

교황에게 거룩한 삶이란 그저 일반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고결한 삶이 아니다. 거룩한 삶은 성령의 활동을 받아들이고 성령을 따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황은 “식별이라는 지혜가 없다면 우리는 곧 사라질 세상의 유행에 사로잡히게 된다”(167항)면서, “현대의 삶은 어마어마한 행동과 오락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현대 세계는 이 모든 것들이 타당하고 유효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특별한 때에만 식별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식별은 우리가 주님을 좀 더 충실하게 따라 사는 영적 투쟁을 돕는 하나의 도구”라면서 “우리는 항상 식별이 필요한데, 식별은 우리가 주님의 은총에 주의를 기울이고 주님 안에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169항)이라고 말했다.

식별은 지혜로운 자와 학식 있는 사람들,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에게만 있는 지혜가 아니다. 교황은 “식별을 위해선 비록 이성과 신중함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식별이 주님의 은총임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주님께서는 우리 각자에게 독특하고도 신비로운 계획을 갖고 계시며, 식별은 이러한 주님의 계획을 찾는 일이기 때문”(170항)이라고 밝혔다. 교황은 식별은 하나의 카리스마라고 강조한다. 교황은 마태오복음 11장 25절을 인용하며 “아버지께서는 철부지들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신다”라고 덧붙였다.

■ 기도 안의 경청

“참행복으로 사신 성모님은 성덕의 모델”

교황은 식별을 위해선 경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님께서는 다양한 방법과 활동, 우리의 이웃을 통해 매 순간 우리에게 말씀을 전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교황은 “주님의 말씀을 경청할 준비가 돼 있을 때에만, 우리는 우리 자신의 편견, 충분치 않은 생각, 세상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방식을 잊을 수 있는 자유를 얻을 수 있다”면서 “이런 방식으로 우리는 우리의 안녕을 산산이 무너뜨리지만 더 나은 삶으로 이끄는 주님의 부르심에 기꺼이 응답할 수 있다”(172항)고 말했다.

또한 교황은 우리가 성장하도록 이끄는 주님의 초대를 무시하지 않기 위해 식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저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날마다 주님과 참된 대화를 나누는 소통 안에서 자신의 양심을 돌아보기를 요청한다”(172항)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식별은 우리가 어떻게 하면 세례를 통해 우리에게 부여된 사명을 더욱 잘 수행할 수 있을지를 인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식별이란 우리의 삶에서 무엇인가를 더 많이 발견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식별은 모든 것에 희생할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주님이 말하는 참행복은 역설적이기 때문이다. 교황은 “우리는 세상의 것이 아닌 주님의 십자가와 같이 신비로운 논리를 받아들일 때 행복을 느낀다”면서 “우리가 이러한 역동성에 들어설 때만 우리의 양심은 활기를 띠고 우리 자신을 식별에 초대할 수 있게 된다”(174항)고 덧붙였다.

교황은 식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다. “주님의 현존 안에서 우리 인생의 여정을 되돌아보면, 그 어떤 부분에도 한계란 없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모든 것을 요구하시지만, 주님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베풀어 주십니다. 식별은 자기중심적인 자아분석이나 내적 성찰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내어놓고 주님의 신비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주님께서는 형제자매의 선을 위해 당신이 우리에게 주신 소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고 계십니다.”(175항)

마지막으로 교황은 일생을 참행복으로 사신 성모님의 전구로 모든 신자들이 성덕의 길로 가길 기원했다. 교황은 “성모님은 성덕의 모델”이라면서 “성모님은 성인 중의 성인이시며, 그 누구보다 축복받은 인물”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우리가 성모의 모범을 따라 살아간다면, 세상이 빼앗아가지 못할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를 마무리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