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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어서와~ 예비신자 교리는 처음이지? / 김민수 신부

김민수 신부 (서울 청담동본당 주임)
입력일 2018-04-17 수정일 2018-04-18 발행일 2018-04-22 제 3091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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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신자들이 세례받기 전에 찰고를 할 때마다 혹은 새 영세자들을 만날 때마다 늘 듣는 이야기가 있다. “무엇을 배웠는지 기억이 잘 안 나요.” “돌아서면 다 잊어버려요.” 물론 최소한 6개월 예비신자 교리교육 과정에서 배운 많은 내용의 교리를 전부 모른다는 뜻은 아니겠지만, 결국 한쪽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보내는 시간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다시 한 번 예비신자들에게 물어본다. “그럼,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들은 이구동성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성지순례요.” “피정이요.” 이런 대답을 들을 때마다 예비신자 교리교육의 방법론을 생각해본다. 효과적인 예비신자 교리교육을 위해서는 반드시 참여와 체험의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실이건 현장이건 예비신자들이 주체가 되어 참여하고 직접 체험하는 교육이 될 때 교리 내용을 스스로 이해하고 깨닫게 된다. 자신이 주도적으로 행하고, 느끼고, 생각하고, 몸으로 체험한 내용은 쉽게 이해되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러니 기존 예비신자 교리교육을 ‘참여와 체험의 교육 패러다임’으로 바꾼다면 교리가 지식에 머물거나 쉽게 잊혀지진 않을 것이다.

‘참여와 체험의 교육 패러다임’은 예비신자로 하여금 일상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한국교회의 문제점 중 하나인 ‘신앙과 삶의 괴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고질적인 병폐다. 원인이야 많겠지만 신앙이 구현되는 삶의 현장과 유리된 예비신자 교리교육에도 책임이 있다. 다양한 삶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체험하도록 인도해주는 교리 방식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2017년에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에서 전국 102개 본당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예비신자 교리교육의 문제점 진단과 개선안을 내놓은 바 있다. 조사결과에서는 예비신자의 74%가 신앙체험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 이 통계수치는 예비신자의 2/3 이상이 교리를 일상과 연관되지 않은 지식으로만 받아들이고 있음을 증언한다. 예비신자들이 신앙체험을 하지 못한 채 세례를 받은 경우, 새 영세자의 냉담은 불 보듯 뻔하다.

교회는 예비신자들을 수동적인 존재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하느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일종의 ‘tabla rasa’(백지 상태)로 규정해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주입시키는 교육방식에 익숙해 있다. 그렇지만 예비신자들도 희로애락을 겪으며 삶을 다양하게 체험해왔고, 그중에 본인도 알지 못했지만 초월체험을 했을 때도 있었을 것이다. 교회는 이들의 인생의 경험과 체험을 바탕으로 하느님을 인식시키고 그분의 현존을 깨닫게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예비신자 교리 커리큘럼이 ‘아래로부터의 영성’에 기초하여 재배치된다면 어떨까? 모든 예비신자 교리서는 하느님 이해에서 시작하는데, 그보다는 인간 이해, 자기 이해로부터 시작하여 하느님 이해로 나아가면 교회에 첫발을 내딛은 예비신자들에게 보다 수월하지 않을까? 그들이 자기 삶의 체험을 나눈다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하느님을 찾아가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참여와 체험의 교육 패러다임’이 가능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친교’(koinonia)다. 예비신자들에게 ‘복음선포’(kerygma)를 하기 위해서는 성직자·수도자·봉사자와 예비신자 간에도 친교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본당마다 어느 정도 친교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겠지만 대부분 친교의 비중은 너무 미약하다. 서로 간에 친교를 충분히 나눌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세례받은 후 서로 모래알과 같이 흩어져버리고 냉담하기도 한다. 친교를 통해 서로 마음을 열 때 끈끈한 정이 쌓이면서 세례 후에도 연결고리가 되어 서로 이끌어줄 수 있는 배경이 된다. 또한 친교로 서로 신뢰하게 된다면 교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체험하는 분위기가 되어 즐겁고 기쁜 교리 시간이 될 것이다.

어떤 예비신자의 기도가 생각난다. 그 일부를 새겨본다.

“언제부터인지 십자가 앞에 앉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 기도하기 전 오늘은 반성도 하고 하느님께 부탁도 해야지 하는 순간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는 감사기도가 나의 기도의 전부가 되었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 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민수 신부 (서울 청담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