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사람이 바뀔 수 있는 건가요?

입력일 2018-03-27 수정일 2018-03-28 발행일 2018-04-01 제 3088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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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와 게으름은 달라… 좋아하는 일 찾아 집중해보길”

【질문】사람이 바뀔 수 있는 건가요?

사람이 노력에 의해서 얼마나 바뀔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주위에서 천성이 게으르다고 핀잔을 받곤 합니다. 저 자신은 게으르다기보다는 조금 느리고 낙천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하도 핀잔해서 나름대로 부지런을 떨려고 노력하지만 잘 안됩니다. 그리고 꼭 그렇게 해야 하는지 자체가 의문이 듭니다.

【답변】“여유와 게으름은 달라… 좋아하는 일 찾아 집중해보길”

삶의 여유는 능동적인 선택인 반면 게으름은 개인이 선택을 회피하면서 생겨나는 것입니다. 또한 삶의 여유는 자신이 할 일을 하면서도 충분한 휴식을 갖는 것이라면, 게으름은 할 일을 제대로도 하지 않으면서 마음 편히 쉬는 것도 아닌 상태를 말합니다. 그래서 삶의 여유를 가지고 느리게 천천히 사는 것을 추구하는 것과 게으름은 구분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어쩌면 현대사회가 과거에 비해 개인으로 하여금 점점 ‘게으름’을 촉발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에게 주어진 수많은 선택의 기회는 오히려 자유를 속박하고 무엇을 선택할지 모르는 불편함과 두려움, 스스로에 대한 무력감으로 인해 결국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게도 합니다. 그래서 선택은 점점 다른 사람들에게 밀어 버리고 자신은 변화하기를 주저하게 됩니다. 살면서 개인의 노력이 적절히 보상을 받지 못했거나, 특히 가족이나 소속되어 있는 집단의 압력으로 인해 강압적으로 통제받고 있는 경우 개인은 점점 게으름에 빠지기도 합니다.

게으른 분들은 ‘무조건 다음으로 미루기’를 하거나, 게으름을 마치 ‘매우 신중함이나 꼼꼼함’으로 포장하기도 합니다. 또한 게으름은 개인의 특성일 뿐이라고 자기 합리화하거나, 단지 외부 상황이나 다른 사람의 탓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특히 기질적인 특성으로 인해서 절대로 바꿀 수 없는 특성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게으름’이 가장 위험할 때는 개인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입니다. 게으름이 원인이 되어 대인관계에서 생겨나는 두려움 때문에 점점 대인관계를 회피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 능동적으로 선택한 게으름이 아니라면, 게으름이 단순하게 나쁜 습관 정도나 태도로 볼 것은 아닌듯합니다.

게으름과 성격은 매우 상관이 높습니다. 완벽주의 성격을 가진 분들이 일을 진행함에 있어 단계마다 완벽함을 추구하다 보니, 오히려 아무것도 못하고 게을러지게 됩니다. 과도하게 사전 준비에만 시간을 할애한다거나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복잡한 절차 때문에 아예 포기하게 됩니다. 그리고 수동공격적인 성격 유형의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고통이나 불행에 빠지게 하기 위해서 스스로 게으름에 빠지기도 합니다. 일을 시작하기를 계속 미루고, 약속을 어기거나, 일부러 꾸물거리거나, 기한을 넘겨버립니다. 이런 분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불안이나 분노를 감추고 사시는 분들입니다. 그리고 극단적인 낙관주의 성격을 가진 분들은 “걱정 마. 무조건 다 잘 될 거야!”라고 생각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극단적인 낙관성을 가진 분들과 팀으로 작업을 함께 하게 된다면 아무래도 걱정이 많은 분들이 답답해할 수 있겠지요.

병리적인 게으름이 아니라면, 이 문제로 고민만 하고 있기보다는 차라리 개인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그 일에 몰입감이 생겨서 일에 대한 효율성도 증가하고 집중력이 생기는 경험을 하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영국 런던대학교 필리파 랠리(Phillipa Lally) 교수팀의 실험 결과, 어떤 행동을 66일 동안 계속하여 반복하면 ‘무의식적인 습관’이 되어 이 행동을 안 하면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지게 되었답니다.

모든 사람이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할 수도 없지만, 모든 일에 게으름을 피울 수도 없을 것입니다. 바쁜 세상에 살면서 쉬어가는 여유도 필요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대해서만큼은 열정을 가져 보길 바랍니다. 분명 개인마다 타인들이 엄두를 못 낼 열정을 보여 줄 무엇인가가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996 서울특별시 광진구 면목로 32 sangdam@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