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제가 너무 예민한 걸까요?"

이찬 신부 (성 골롬반외방선교회·다솜터심리상담소장)
입력일 2018-03-20 수정일 2018-03-21 발행일 2018-03-25 제 3087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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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행동이 나쁘게만 느껴진다면, 자신을 한 번 돌아보세요

【질문】"제가 너무 예민한 걸까요?"

주변 사람들이 저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제가 너무 예민한 걸까요? 별 의미 없는 행동일수도 있는데요. 만나자마자 어깨를 툭 치거나 허리를 손가락으로 찌르거나 하는 행동에도 저를 업신 여기거나 놀리는 거란 느낌을 갖게 됩니다. 그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하지만 감정적으로 자꾸 나쁜 느낌을 갖게 됩니다.

【답변】타인의 행동이 나쁘게만 느껴진다면, 자신을 한 번 돌아보세요

자주 만나는 가까운 사람들이 나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일상생활이 많이 힘들 것 같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생각 없이 무심코 하는 사소한 행동들까지도 나를 무시해서 하는 행동이라고 여겨진다면, 그 사람들과의 관계가 편안하지 않을 것입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적절하게 상황에 대처하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사회생활에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사람들은 행복하려고 애쓰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행복감을 저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대인관계일 것입니다. ‘대상관계 심리학’에서 인간이 최적의 발달을 이루기 위해서는 발달 초기에 양육자와 적절한 관계를 경험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는 바로 자신과 타인의 관계가 삶의 기본이 되며, 이런 관계가 행복감을 좌지우지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말씀하신 것처럼 다른 사람이 내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가에 마음을 많이 쓰면서 살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타인의 행동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을 하게 된다면, 그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자신을 한 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상대가 어떤 생각,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나쁜 쪽으로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객관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오로지 부정적인 것만 강조하는 ‘필터’를 장착해 부정적인 것만 걸러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상대가 어떤 의미로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하는 것인지 확인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나 자신을 무시하거나 놀린다고 느끼고 감정적 불편감만을 받아들이는 것은 자신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때때로 우리는 대인관계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혼자 조용히 있고 싶거나 운동을 하거나 독서를 하는 등 고독을 즐기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마음을 다독이고 나면 원기를 회복해서 일상의 생활로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그러나 대인관계에서 불편감을 심하게 느끼게 되면, 점차적으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기 자신을 고립시키려 합니다.

심리학자 호나이는 세 가지 성격 유형, 즉 순응형, 공격형, 고립형 성격을 제시했습니다. 이 중 고립형 성격은 타인으로부터 멀어지려는 행동을 보이며, 정서적인 거리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타인과의 사랑, 증오 혹은 협동심도 없으며 어떤 식으로든 타인과 연관되지 않으려 합니다. 이들은 개인의 사생활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가능한 한 혼자 있으려고 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대인관계의 상호작용 속에서 크든 작든 심리적인 상처를 타인에게 줄 수도 있고 또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타인과의 관계에서 의사소통을 통해 그의 감정을 살피는 것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 더 중요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또 내가 느끼는 감정을 보듬어서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그리고 화내지 않고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기술을 조금씩 익혀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 생각과 감정을 자기 자신에게도, 상대방에게도 인격적으로 불쾌하게 하지 않으면서 편안하게 해야 할 말을 하고 사는 방식을 권하고 싶습니다. 자기와 자기 자신과의 관계, 또 자기와 타인과의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있는 그대로 느낀 바를 시원하게 말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담담하게 자기 주장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 질문 보내실 곳

[우편] 04996 서울특별시 광진구 면목로 32

[E-mail] sangdam@catimes.kr

이찬 신부 (성 골롬반외방선교회·다솜터심리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