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헌법재판소는 생명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입력일 2018-03-20 수정일 2018-03-20 발행일 2018-03-25 제 3087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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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가 낙태죄 폐지 헌법소원을 기각해 달라는 탄원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100만여 명의 서명과 함께 낸 이 탄원은 가장 미약한 인간 존재를 보호해달라는 생명의 목소리가 아닐 수 없다.

교회와 생명의 존엄성을 지지하는 선의의 모든 사람들은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인해 겪는 여성의 고통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다만 여성의 고통이 낙태죄 폐지라는 수단으로 결코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국가와 사회는 낙태죄 폐지라는 안일한 수단이 아니라, 생명 존중을 위한 더 복잡하고 더 힘들지만 인간 생명을 위한 다른 길들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교회는 이 탄원서를 통해서도 국가와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일들을 제안했다. 우선 임신에 대한 남성의 책임을 제도적으로 강화하고, 임산부모를 적극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잉태된 생명이 합당한 보호와 양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또한 낙태죄 폐지는 궁극적으로 여성의 정서적,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인간 성(性)의 본질적 의미를 왜곡시킨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낙태죄를 폐지한다고 해도 이러한 노력들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코 여성의 고통은 줄어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헌법재판소는 태아가 하나의 생명이며 낙태는 무고한 생명을 직접적으로 죽이는 일이라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지난 2012년 낙태죄 위헌 소송 판결문에서 “태아가 비록 그 생명의 유지를 위하여 모(母)에게 의존해야 하지만, 그 자체로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라는 점을 인정한 바 있다.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며, 태아 역시 헌법이 수호해야 하는 국민의 일원이라는 탄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줄 것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