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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가톨릭 경제인회, 평신도 희년 맞아 쪽방촌 도시락 만들어 배달 봉사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8-03-06 수정일 2018-03-07 발행일 2018-03-11 제 3085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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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이웃에게 사랑 전한 나눔의 손길

3월 3일 서울대교구 가톨릭 경제인회 윤대인 회장(맨 앞)이 회원들과 서울 쪽방촌 이웃들에게 도시락을 전달하고 있다.

“똑똑똑! 안녕하세요. 특식 배달 왔습니다!”

벌집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는 대문을 부지런히 두드린다. 사람 한 명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 손전등 불빛 없이 이동하기 힘들 정도로 어두컴컴한 곳도 있었지만 도시락을 주고받는 이들의 표정만은 환하다. 천장이 낮아 집집마다 이동하던 중 머리를 부딪치기도 했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쪽방촌 이웃들과 마주할 때마다 밝은 목소리로 인사한다.

서울대교구 가톨릭경제인들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쪽방촌을 찾았다. ‘도시락 특식’을 배달하기 위해서다.

서울대교구 가톨릭 경제인회(회장 윤대인, 담당 임인섭 신부, 이하 경제인회)는 ‘한국 평신도 희년’을 맞아 ‘쪽방촌 무료급식 도시락봉사’를 기획했다. 물질적인 지원을 넘어 몸으로 직접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체험하고 느끼기 위한 노력의 하나였다.

회원들은 도시락을 만들기 위해 3월 3일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서울 후암로에 위치한 ‘사랑평화의집’에 모였다. 봉사에는 윤대인(안드레아) 회장을 비롯해 회원 20여명이 함께했다.

이날 회원들이 준비한 도시락은 100개. 회원들은 식사 팀과 배달 팀으로 나눠 분주하게 움직였다. 먼저 식사 팀이 앞치마를 두르고 머리에 두건을 쓴 채 부지런히 100인분의 밥을 짓고 애호박나물에 동그랑땡, 불고기, 김치 등의 반찬을 준비했다.

“간이 딱 좋아!”

주방에서 애호박을 썰던 윤대인 회장은 동그랑땡 간을 보더니 “딱 좋다”고 외치며 활짝 웃는다.

곧바로 배달 팀이 힘을 합해 음식이 식기 전에 배달하기 위해 분주히 도시락을 쌌다. 서로서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담자”고 외치며 김칫국물 한 방울도 정성껏 닦아냈다.

윤 회장은 “천주교 신앙은 사람을 만나는 과정 안에서 완성된다”면서 “이웃들이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며 저 또한 고마웠다”고 말했다. 특히 윤 회장은 회원들에게 “오늘 봉사를 계기로 우리가 앞으로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봉사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보자”고 당부했다.

이날 봉사에 참여한 경제인회 회원 유은호(예로니모)씨는 “서울 한 복판에 있는 쪽방촌 모습이 낯설기도 했다”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이웃들을 찾아가 도시락을 전달하며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더욱 보람됐다”고 밝혔다.

봉사에 앞서 자원봉사에 대한 강의를 담당한 이상윤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는 “그리스도인에게 진정한 자원봉사는 그리스도의 삶을 따르는 것”이라면서 “우리와 함께 울고 웃는 그리스도처럼 우리도 오늘 만나는 이웃들과 삶을 함께 나누자”고 당부했다.

서울대교구 가톨릭 경제인회는 이날 봉사를 시작으로 앞으로 분기별로 한 번씩 봉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