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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브리에 신부의 비밀」- 내려놓을수록 깊어지는 영성

권세희 기자
입력일 2018-03-06 수정일 2018-03-06 발행일 2018-03-11 제 3085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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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에 드 베랑제 지음/프라도 사제회 옮김/396쪽/1만5000원/가톨릭출판사
가난한 이들의 복음화에 목적 둔 ‘프라도 사제회’ 창립한 복자 삶 조망
현대 우리 삶과 연결해 신앙 일깨워
알려지지 않은 사연도 생생히 설명

복자 앙트완느 슈브리에 신부

현대 사회에는 많이 가질수록 행복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는 듯하다. 그러나 한 신부는 사제 생활을 시작하고 맞은 어느 성탄 밤, 하느님이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가난과 희생을 택했음을 깨닫는다. 그는 그때부터 가난한 이들을 위해 움직이며 스스로도 가난해지고자 한다.

그가 바로 ‘가난한 이들의 복음화’를 목적으로 하는 ‘프라도 사제회’를 창립한 복자 앙트완느 슈브리에 신부다.

슈브리에 신부의 삶을 조망한 책 「슈브리에 신부의 비밀」이 출간됐다.

1976~1993년 한국에서 17년간 노동사목과 가톨릭 사도직 단체 지도신부로 지내며 사목활동을 했던 고(故) 올리비에 드 베랑제(Olivier de Berranger·오영진) 주교가 남긴 저서다. 앞서 나온 「복자 앙트완느 슈브리에 신부」를 개정하고 프라도 사제회에서 원서를 새롭게 번역해 그의 영성을 깊게 담았다.

「슈브리에 신부의 비밀」은 슈브리에 신부의 유년기는 물론 선종하는 순간까지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들을 생생하게 펼쳐낸다. 또 각 장마다 저자의 해설과 분석이 실려 있어 슈브리에 신부의 삶과 오늘날 우리의 삶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아울러 프라도 사제회의 번역으로 당시 설립 상황을 분명하게 제시해 역사와 더불어 슈브리에 신부의 삶도 면밀히 살필 수 있다.

저자 베랑제 주교는 머리말에서 “내 사제 생활과 주교 생활 내내, 그의 모습을 늘 마음에 새겨 왔다”며 “내가 본당에서 사목을 하든 신학교에서 신학생을 가르치든 프랑스에서 있든 한국에서 있든 간에 생드니의 주교로 있으면서도 소임과 장소를 막론하고 슈브리에 신부만큼 나에게 깊은 영향을 준 인물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역사가로서 이 책을 집필한 것이 아니라 슈브리에 신부의 삶의 비밀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 그의 면모를 우리의 삶 안에 현대화하려는 목적으로 펴냈다고 설명했다.

저자의 말대로 슈브리에 신부의 삶은 현대에도 큰 울림을 준다. ‘사제는 또 하나의 그리스도’라는 생각으로 사목에 힘썼던 그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삶을 사는 것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의 생활은 청빈하고 어쩌면 풍족하지 않아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책을 읽을수록 그의 내려놓는 삶을 보면서 영성은 더욱 풍성해진 느낌을 갖게 된다.

슈브리에 신부의 삶은 우리가 채우려는 삶만 살아온 것은 아닌지 진단하게 한다. 저자는 이 사제의 삶이 모든 그리스도인, 예비 신학생이나 성소자가 자신의 삶과 신앙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슈브리에 신부의 비밀」은 제1장 ‘성소의 탄생(1826~1850년)’, 제2장 ‘라 기요티에르 성 안드레아 성당의 보좌 신부(1850~1857년)’, 제3장 ‘1856년 성탄’ 등 13개의 장으로 이뤄졌다.

권세희 기자 se2@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