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사순 묵상 돕는 영성서적들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8-02-06 수정일 2018-02-07 발행일 2018-02-11 제 3082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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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시기, 책과 함께 더 가까이 하느님께로…

“신앙이란 무엇입니까? 나에게 하느님은 어떤 분이시며 그분과의 관계는 어떠합니까? 사순 시기는 ‘예수님을 따름’인 신앙에서 하느님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를 재설정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한민택 신부의 「내맡기는 용기」 중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며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는 사순 시기를 시작하며, 교계출판사들은 40일간의 순례에 함께할 영성서적들을 선보였다. 누구든 일상 중에 들고 다니며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작지만, 한 줄 한 줄이 이끄는 묵상과 내면의 체험은 그 무엇보다 크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이번 사순 시기는 책과 동행하며 부활을 향한 구원의 길을 닦아보자.

■ 활동에 묻혀버린 내면의 샘을 찾아

「내면의 샘」(안셀름 그륀 신부 지음/ 김선태 주교 옮김/204쪽/6000원/www.pauline.or.kr)은 바오로딸 출판사가 제시한 사순 길잡이다.

저자인 안셀름 그륀 신부(성 베네딕도회 독일 뮌스터슈바르자흐 수도원)는 사순 시기에 하는 수련은 삶의 참된 목표 의식을 갖도록 이끈다고 강조한다.

그륀 신부는 이 책에서 먼저 “나는 무엇을 위해 달리는가? 무엇을 위해 전력을 다하는가?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라고 반문한다. 이어 “분명한 목적은 하느님 곁에 사는 영원한 생명으로써, 하느님께 마음을 열기 위해 우리의 몸과 영혼을 단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순 동안 개개인 안에 묻혀 있는 ‘내면의 샘’을 찾도록 권하는 것이다.

홀로 외롭고 고통스럽게만 하는 수련이 아니다. 그륀 신부는 먼저 초대교회에서 말하는 단식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육신과 영혼의 치료제이자 영혼의 유혹에 맞서는 투쟁, 기도에 집중하도록 도와주기에 단식은 주님 부활 대축일을 앞두고 의식적으로 삶을 가꾸는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이어 사순 제1주간에는 ‘단식’에로, 제2주간에는 영혼의 ‘정화’에로, 제3주간에는 내 삶의 의미를 찾도록 하는 ‘수련’에로, 제4주간에는 다른 사람에 대해 함부로 나쁜 말을 하지 않도록 ‘언어’의 단식에로, 제5주간에는 ‘기도와 연민’으로 초대한다.

■ 매일 시편으로 묵상, 십자가의 길로 수난의 의미 되새겨

짧다. 그래도 신앙에 대한 통찰력만큼은 그 어떤 성경구절보다 깊이 머금고 있다. 전례에서도 널리 사용돼 꽤 익숙하다. 시편, 그 진가는 사순 시기 묵상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매일 내 마음을 건드려 기도와 묵상의 길에서 벗어나기 않도록 돕는 길잡이로는 가톨릭출판사가 펴낸 「믿음이 깊어지는 매일 시편 묵상」(앤서니 치카르디 몬시뇰 지음/강대인 옮김/400쪽/1만원/www.catholicbook.kr)이 안성맞춤이다.

앤서니 치카르디 몬시뇰(미국 시튼홀대 부총장)은 이 책에서 제시한 시편 구절들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무엇을 말해 주는지 깨달을 수 있도록 돕는다. “짤막하지만, 한 입에 털어 넣는 알약이 아니라 입안에 굴리며 단맛을 오래도록 즐겨야 하는 사탕”이라고도 말한다.

“저는 자루옷을 걸치고 단식으로 고행하며 제 가슴을 기도로 채웠나이다.”(시편 35,13/ 3월 3일)

치카르디 몬시뇰은 이 시편 구절을 묵상하며 “하느님께서 커다란 곤경에서 우리를 구해 주시길 바란다면, 단식을 하고 온 마음을 다해 기도하며 우리의 간절함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희 구원의 하느님, 저희를 다시 일으키소서.”(시편 85,5/ 3월 30일)

이 시편에서는 “죄를 인정할 때마다 하느님께서는 구원하러 오시어 다시 당신과 친교를 이루도록 이끌어주셨다”고 설명한다.

각 시편 구절과 묵상 글에 이어서는 누구든 쉽게 봉헌할 수 있는 기도문을 담은 것도 이 묵상집의 특징이다.

「수도자와 함께 바치는 십자가의 길」(진 토마스 신부 지음 48쪽/4500원/www.bundobook.co.kr)도 사순 시기에 더욱 가치를 발하는 책이다.

‘십자가의 길’은 예수 그리스도가 마지막으로 지상에서 보낸 수난과 죽음의 여정을 묵상하는 기도다. 분도출판사는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안에서 복사본으로 전해 오던 ‘십자가의 길’을 보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책으로 엮었다. 기도 글은 1962년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으로 파견된 진 토마스 신부(Thomas More Timpte)가 썼다. “지도자들은 당신을 거부하고, 친구들은 도망가고, 이제 하느님 아버지마저도 멀리 계신 것 같이 느껴지는 순간”, “이보다 더 큰 어두움은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순간,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를 대신해 겪은 고통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깨닫게 해주는 묵상 글이다. 강안나 수녀(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가 제작한 14처 작품도 함께 실어 묵상의 깊이를 더했다.

■ 진정 필요한 한 가지, 하느님께 맡기는 것

「내맡기는 용기」(한민택 신부 지음/164쪽/1만원/www.biblelife.co.kr)의 부제는 ‘가슴 뛰는 사순·부활 영적 여행’이다.

사순 시기 영적 여행 동반자가 될 또 하나의 책을 통해, 한민택 신부(수원가톨릭대 교수)는 “‘부활’에는 우리 인생 전체의 의미가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내맡기는 용기」에서는 한 신부가 직접 겪은 체험을 바탕으로 길어 올린 묵상과 그 묵상 끝에서 삶과 구체적으로 연결되는 실천을 제시한다.

만일 부활이 없다면, 그저 죽음으로 끝나버리는 삶은 무의미하고 허무일 뿐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누구나 질문하는 삶의 의미에 관해 명료한 해답을 준다. 이 부활의 길을 가기 위해 한 신부가 제시하는 방법이 ‘내맡기는 용기’다.

한 신부는 “예수님을 안다는 것은 예수님의 삶을 공유하고 시간과 공간을 나누며 삶을 예수에게 내맡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내가 필요할 때 문질러 불러내면 요구하는 것을 다 이뤄주는 알라딘의 램프가 아니다”라면서 “하느님은 방에 가만히 앉아서 텔레비전으로 볼 수 있는 분이 아니라 방을 박차고 나가 찾아 나서야 하는 분”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한 신부는 말한다.

“용기는 다만 어려움을 잘 버티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지는 운명을 하느님을 향한 희망으로 자유로이 받아들이는 것이며, 하느님 말씀에 끊임없이 매달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