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지상에서 천국처럼 / 박영호 기자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8-01-30 수정일 2018-01-30 발행일 2018-02-04 제 3081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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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흔히 두 가지 의미를 함께 갖고 있다. 하나는 가장 바람직한 기대와 희망을 담고 있기에 결코 우리가 이룰 수 없는 경지다. 따라서 비현실적인 것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다른 하나는 노력하면 언젠가는 도달할 수 있기에 끊임없이 도달하기 위해서 애써야 하는 목표 지점이라는 의미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예수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고 그의 삶을 본받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소명을 갖는다. 그 말은 우리 역시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노력한다면 신앙인의 이상적인 모습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확신이다.

충북 단양 소백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대안 공동체 ‘산 위의 마을’에서 기자는 그러한 확신을 확인했다. 공동체 마을은 완전하게 예수살이의 이상을 실현했다거나 초대교회 공동체의 모습을 온전히 구현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분명히 넘어지고 쓰러지면서도 그 길을 가고 있었다.

이기심을 버리고, 아집과 탐욕을 버리고, 세속의 논리를 떠나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며 급기야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고 공동체의 삶을 산다는 것이 비현실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들은 때로는 고통스럽고 때로는 자신에게 실망하고 함께 사는 이들에게 좌절하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여전히 이상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신념을 저버리지 않고 있었다.

우리는 너무 쉽게 이상과 꿈을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몸담고 있는 본당이, 교회 공동체가 바로 예수의 제자 공동체, 초대교회 공동체와 닮아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왜 확신하지 못할까? 애당초 우리 신앙 자체가 비현실적인 것을 현실로 구현하려는 것이 아니었던가? 우리의 그리스도 신앙이 현실이라면 신앙의 결실인 공동체적인 삶 역시 분명한 현실일 것이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