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한·일 위안부 합의 잘못”… 바로잡는 계기 될까?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8-01-09 수정일 2018-01-09 발행일 2018-01-14 제 3078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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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공식 입장 발표
문 대통령, 피해 할머니 만나 절차·내용 흠결에 대해 사과
- 합의 부당성 주장해온 교회
해결 촉구하며 꾸준히 미사 “가톨릭 사회교리에도 부합”

한·일 위안부 합의 직후인 2016년 1월 1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유흥식 주교가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을 방문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위안부 문제 졸속 합의를 비판하며 정의로운 해결을 촉구하는 미사를 꾸준히 봉헌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은 1월 4일 “한·일 위안부 합의는 내용과 절차 모두 잘못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용수·길원옥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8명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는 진실과 정의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해 내용과 절차 모두 잘못된 것”이라며 “지난 합의가 국가와 국가 사이의 공식 합의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고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2월 28일 맺어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정치권은 물론,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피해 당사자 의사를 무시하고 맺어졌다고 비판하며 폐기와 재협상을 요구해 왔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정부는 외교부를 중심으로 ‘한일위안부합의검토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합의 내용과 절차상의 문제점을 조사했고, 지난해 12월 27일 “2015년 타결된 위안부 합의는 비공개 고위급 협의를 통해 피해자가 아닌 정부 입장에서 타결한 ‘이면 합의’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태스크포스팀 발표 다음날 “2015년 한·일 양국 정부 간 위안부 협상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었었음이 확인돼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공식 입장문을 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한·일 위안부합의의 내용적, 절차적 부당성을 재차 공식 확인했지만 합의를 폐기할지 또는 재협상을 통해 수정할지 등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정부 방침이 나오지 않고 있다.

김종화 신부(작은형제회 정의평화창조질서보전위원회 위원장)는 한·일 위안부 합의 해결책으로 “국가 간 합의 폐기에 따라 우리 정부가 부담할 위험도 있지만 폐기해야 한다고 본다”며 “한국교회는 이미 한·일 위안부 합의 직후 합의의 부당성을 지적해 왔고 이것이 가톨릭 사회교리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잘못된 합의를 폐기해야 하는 것은 불이 났으면 꺼야 하는 이치와 같다”고도 밝혔다. (사)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김선실(데레사·62) 공동대표 역시 “한·일 위안부 합의는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국정농단의 하나”라고 말해 합의 폐기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한국교회는 한·일 위안부 합의 직후인 2016년 1월 4일 입장문 ‘평화는 정의의 결과입니다’를 내고 “한·일 위안부 합의는 인권을 경제와 외교논리로 환치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2016년부터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8월 14일)을 맞아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촉구하는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3·1절에는 서울 평화로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도 미사를 봉헌해 왔다.

한편 청와대는 위안부 할머니 거주시설인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에 의전 차량을 보냈고 청와대로 이동 중에는 경찰 호위도 제공해 국빈급에 해당하는 최고 예우로 할머니들을 모셨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청와대에서 맞이하기에 앞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있는 김복동(92) 할머니를 찾아 병문안 하며 “김 할머니께서 건강해지셔서 후세 교육과 정의와 진실을 위해 함께해 주시기를 바라는 국민들이 많다”는 말로 김 할머니의 쾌유를 기원했다. 김 할머니는 이에 대해 “일본이 위안부 합의로 제공한 위로금을 돌려주고 법적 사죄와 배상을 받아야 한다”며 “대통령께서 문제가 해결되도록 힘을 써 달라”고 당부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