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이승훈 기자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7-12-26 수정일 2018-04-23 발행일 2018-01-01 제 3076호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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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천사 미하엘은 천사임에도 인간적인 고민에 신의 명을 거스르다 벌을 받고 만다. 그 인간적인 고민이란 ‘엄마도 없이 아이들이 어떻게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다.

얼마 전 어떤 신자와 ‘낙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이런 말을 들었다. “엄마가 아기의 죽음을 결정하는 건 당연히 말도 안 되지만, 엄마 없이 비참하게 살아가게 될 바에는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게 낫겠다”는 말이었다. 어쩐지 천사 미하엘의 고민이 겹쳐졌다.

그 고민의 해답을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특집 취재로 찾은 인천의 해성보육원에서 발견했다. 비록 엄마는 없었지만 수녀들과 교사들의 사랑을 받고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이 있었다. 출신 아이들 중에는 행복한 가정을 꾸린 아이도, 꿈을 이뤄 성공한 아이도 있었다. 얼마전에는 방송 ‘더유닛’에 출연하는 한결씨가 보육원에서 입양됐음을 밝히며 “챙겨주신 사람들에게 다시 갚는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수녀는 “엄마를 원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태어나는 그 순간까지도 고민했을 그 엄마들에게 “낳아줘서 고맙다”고 “이 생명을 지켜준 당신도 소중하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실 이미 이천년 전에 사탄의 유혹을 이긴 그리스도께서 명쾌한 답변을 주셨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마태 4,4)

엄마가 된 수녀들은 오늘도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 고백하며 사랑이신 하느님의 말씀 안에 아이들과 살아가고 있었다.

이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