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창세 4,9)

핵·미사일 실험 등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로 갈수록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에 던져진 주님의 물음이다.

의정부교구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소장 강주석 신부)가 12월 1일 경기도 파주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연 제1회 국제학술심포지엄은 한반도 평화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한국교회가 설 새로운 출발선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한 가톨릭의 역할’을 주제로 마련된 이번 행사에서 국내외 참가자들은 ‘누가 카인이고 누가 아벨인지’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짐으로써 평화의 밑그림을 새롭게 그릴 수 있었다.

미국 주교회의 국내 정의와 인간발전위원회 로버트 W. 맥클로이 주교(Robert W. McElroy·미국 샌디에고교구장)는 태초 카인과 아벨의 관계에서 비롯된 무너진 형제애를 회복하는 데서 평화의 실마리를 찾았다.

맥클로이 주교는 “하느님께서 온 인류 가정의 아버지이시고, 창조는 모든 인간에게 선물이기에 하느님의 자녀를 부당하게 차별해도 된다는 그 어떤 근거도 없고, 전쟁은 온 인류 가정에 매우 큰 실패”라며 평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참회와 속죄가 필요하다는 교회의 가르침을 강조했다. 이어 “주님께서 세상에 오셔서 기존 종교 개념을 뒤흔들어 놓으셨듯이 지금까지 방식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접근법을 찾아야 평화를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행사 참가자들은 참회를 위해 분쟁과 갈등의 뿌리를 성찰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뤄냈다.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이들은 미국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논의에도 단호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맥클로이 주교는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위험이 따른다 할지라도 평화 건설의 본질을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그리스도인이라면 전쟁을 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게 주님의 가르침”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또 평화는 대화에서 시작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를 위해 평화 교육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이기헌 주교(의정부교구장)는 기조연설에서 “아직 남북이 적대적 이념으로 무장하고 힘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안보관이 지배하고 있다”며 “안보 담론의 허상을 폭로하고, 진정한 ‘인간 안보’를 추구하는 일이 절실하다”며 평화 교육을 강조했다. 이 주교는 특히 “교회는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대외 환경이나 우리 내부에서 이뤄지는 심각한 갈등상황에 대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히 낼 필요가 있다”며 “한반도가 평화의 발신지로 자리매김하도록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교황청 부서’ 장관 피터 코도 아피아 턱슨(Peter Kodwo Appiah Turkson) 추기경은 이번 심포지엄에 맞춰 서한을 보내와 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했다. 턱슨 추기경은 이 서한에서 “우리는 핵 억지력이 평화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세상에서 핵무기를 없애고, 그 비용을 온전한 인간 발전과 평화 건설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