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리아
예수 성탄이 다가오는 대림 제4주일은 그리스도의 탄생에 집중된다. 예수 탄생 사건에 있어서 마리아를 빼놓을 수 있을까. 이날 복음(루카 1,26-38)은 주님 강생의 신비, ‘주님 탄생 예고’ 장면이다. 그저 한 아이를 낳으려는 것이 아니라, 온 인류의 구세주를 태중에 보호하고 기다리는 대림의 첫 사람이 되는 순간이다. 루카 복음에 따르면 ‘마리아는 정결하면서 겸손한 마음으로 메시아를 기다리는 완전하고 모범적인 신앙인’으로 나타난다.(루카 1,46-55 참조) 아울러 성경은 ‘마리아가 주님의 여종이고(루카 1,48) 여인이며(요한 2,4; 19,26 참조) 구약의 희망을 성취시키는 시온의 딸’로 표현한다.
교회의 마리아 공경은 마리아가 하느님 선택으로 ‘동정녀 어머니’가 된 데에서 출발한다. 「전례사목사전」은 ‘마리아에게 하사된 충만한 은총(루카 1,28; 48-49)과 하느님 부르심에 대한 깊은 믿음, 희생적인 응답과 구원사업에 대한 협력은 모든 성인들 가운데 가장 출중한 자리를 주었다’고 밝힌다. 이처럼 대림 시기에서는 일찍부터 마리아가 강조됐으며 고대에서부터 ‘하느님을 잉태하신 분’으로 공경 대상이 됐다. 특별히 시간 전례 안에서는 찬미가와 후렴에 마리아가 자주 언급된다.
가브리엘 천사가 예수의 잉태 소식과 함께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 1,37)고 했을 때 마리아는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고 답했다. 최윤환 몬시뇰(수원교구 원로사목자)은 「전례와 생활」에서 “이 한 순간의 절대적 신앙 결단과 ‘예’하는 순종 행위로 마리아는 구세주 예수 그리스의 어머니가 되었고 탄생과 죽음 부활에 이르기까지 예수와 운명을 함께하며 구원 사업의 협력자가 되셨다”고 밝혔다. 이 대목은 오늘날 이 세상을 살아가는 신앙인들에게도 많은 깨달음을 준다. 무엇보다 하느님께 보인 마리아의 전적인 신뢰를 꼽을 수 있다. ‘예수님의 어머니가 될 것’이라는 말씀을 굳게 믿고 신앙으로 응답한다. 이에 대해 루카 복음은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1,45) 이라고 밝힌다.
또 ‘곰곰히 생각’(루카 1,29)하며 말씀을 마음에 담고 묵상했다. 이 광경은 복음에 대한 경청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루카 1,38)라는 응답은 하느님에 대한 열렬한 봉사, 즉 그분 뜻을 따르고 온전히 순종하는 자세를 배우게 한다. ‘마니피캇’(루카 1,46-55)은 신앙으로 기쁨에 넘쳐 노래하는 모습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회칙 「구세주의 어머니」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이 기다린 예수님을 잉태한 마리아는 예수님 탄생을 직접 기다리고 맞이한 대림의 어머니이며, 종말에 다시 오실 예수님을 기다리는 교회의 어머니로서 하느님 백성을 대표한다’(41, 47항 참조)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