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장애인과 나의 거리는 / 박지순 기자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7-11-07 수정일 2017-11-08 발행일 2017-11-12 제 3069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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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그리고 교회에서 장애인들은 얼마나 가까운 존재일까.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거나 성당에서 미사를 드릴 때 내 옆에서 장애인을 만나는 일은 그리 흔치 않다. 오히려 사회에서보다 교회에서 신앙생활하며 장애인들을 만나는 기회가 더 적은 것 같다.

낙엽이 흩날리던 11월 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비장애인들에게는 특별할 것도 없는 자리로 보일지 모르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오랜 기다림과 준비를 거쳐 만들어진 가슴 벅찬 시간이었다.

한국가톨릭장애인사목협의회가 창립 22주년을 기념해 올해 처음으로 개최한 ‘생활수기공모전’ 시상식이었다. 최우수상 2명, 우수상 5명, 장려상 10명 등 모두 17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수상자 중에는 장애를 가진 당사자는 물론 장애인을 자녀로 키우는 부모들도 있었다.

장애인은 신체적 장애를 안고 살아오면서 우리 사회에서 겪었던 서러움과 슬픔 혹은 장애를 이겨내고 자아를 계발한 성취감을 가슴 절절하게 표현했다. 영영 고쳐지지 않는 장애를 갖고 태어났거나 불의의 사고로 장애의 멍에를 쓴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의 수기는 눈시울을 적시지 않고는 읽기 어려웠다. 만난(萬難)을 극복하고 장애인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은 우리 사회의 성인성녀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 같았다.

한국가톨릭장애인사목협의회의 첫 생활수기공모전처럼 어렵게 마련한 행사가 있었기에 우리 사회와 교회가 장애인들에게 얼마나 관심과 공동체의식을 지녔는지 잠시라도 고민했던 것 같다.

오늘 멀쩡한 사람이 내일은 장애인이 될 수 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