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아름다운 성전, 빛의 영성 / 문병학 신부

문병학 신부 (평택대리구 세마본당 주임)
입력일 2017-11-07 수정일 2017-12-12 발행일 2017-11-12 제 3069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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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리본당은 평택시와 안중읍 사이에 위치한 신자 수 1000여 명의 작은 시골 본당입니다. 2004년 10월 부임 후 성당 신축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넉넉지 않은 재정으로 성당의 규모와 비용 등을 감안해야 했습니다. 건축 양식과 설계 등에 관한 많은 논의 끝에 약 25~30억 규모로 성당 신축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교우들과 함께 ‘아름다운 성전, 아름다운 전례’에 관한 피정 교육과 기도를 하면서 새 성당 봉헌에 대한 우리의 마음과 정성을 새롭게 했고 설계를 공모했습니다. 교우들은 해마다 쑥밭에 나가 쑥을 뜯어다 미숫가루를 만들어 신축 기금을 모았습니다. 쑥으로만 한 해 최대 3억을 모은 적도 있습니다. 도심지역 타 본당에 나가 신축 기금 모금도 했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성전, 아름다운 전례와 영성생활’에 관한 교육을 했습니다.

성당은 하느님을 만나는 기도의 집입니다. 거룩한 성당은 다양한 상징과 표징으로 드러나는 전례와 영성생활의 장으로서, ‘성전’으로서의 내적·외적 의미를 잘 표현하고 담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당이 복음 선포의 장으로서 우리 신앙과 영성 생활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시골 작은 성당이지만 이러한 뜻을 담아 가장 아름다운 성당을 지으려 한다는 우리의 호소에 많은 교우들이 성물과 성상을 기쁜 마음으로 봉헌해 주셨습니다.

새 성당 건축을 위해 말씀을 주제로 한 영성설계도 했습니다. 신앙 공동체가 지향하는 복음화의 이상은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등불은 켜서 등경위에 놓는다”(마태 5,13.15)였습니다. 성당 종탑에 이 성경구절을 새기고 등불을 밝혀, 주변 아파트 단지와 농촌 자연의 아름다움과 어우러지는 고요와 평화, 복음적 소명의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성당 내·외벽도 2000년의 교회 역사 안에 세상의 빛이 되신 열두 사도, 시대를 대표하는 성인과 한국 순교자들의 모습으로 영성을 담았습니다. 최후의 만찬 부조, 성인들의 성상과 말씀으로 꾸며 꽃과 나무, 자연을 사랑했던 프란치스코 성인의 맑은 길, 사랑의 노래를 부르면서 자신을 작은 제물을 바친 소화 데레사 성녀의 작은 길, 가난한 이들에게 온전히 헌신한 마더 데레사 성녀의 단순한 길,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겸손의 길을 묵상하게 하고 이를 ‘빛의 영성’이라 불렀습니다. 초기 한국 교회 순교사와 천주 공경가, 김대건 신부님 성상, 순교 성인들의 어록들과 함께 순교자 동산을 꾸미고 소나무, 야생화와 아름다운 꽃나무들로 어우러진 성모동산을 통해 기도와 쉼의 장소가 되도록 했습니다.

성당 봉헌식을 하고 난 뒤 희망하는 교우들과 함께 이스라엘 성지와 이집트, 이탈리아 로마와 아시시 등을 방문하며 성당에 담은 ‘빛의 영성’의 의미를 되새기며 기도했습니다.

“아름다운 성전, 아름다운 전례 그 안에 피어나는 영성”이란 주제로 평화방송과 함께 DVD를 제작했고, 그 주제 영상을 통한 마지막 교육으로 성당 봉헌의 뜻을 깊이 새겼습니다.

아름다운 성당, 아름다운 전례, 그 안에 피어나는 ‘빛의 영성’은 세상의 빛이 되신 성인들의 아름다운 길을 통한 세상의 빛이 되는 우리의 은총의 삶임을 묵상합니다.

“꽃과 나무 길의 이름을 알면 보게 된다. 보는 것이 사랑이다. 자연과 생명을 사랑했던 성인들과 함께 걸으며 우리는 하느님을 본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주님의 이름으로….”

성당 신축과 봉헌식을 하면서 우리에게 자연과 생명과 아름다움을 선물로 주신 주님의 사랑과 은총을 기억하고 세상의 빛으로서 더 큰 아름다운 사랑과 삶의 노래를 부르며 감사, 찬미, 흠숭, 영광을 드렸습니다.

문병학 신부 (평택대리구 세마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