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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군인 최초로 전국 성지 111곳 완주한 비승본당 안의헌 소령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7-10-31 수정일 2017-10-31 발행일 2017-11-05 제 3068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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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신앙 깊어진 데다 추억까지 만들어 뿌듯”
2015년 10월 시작해 2년 여정 마무리

한국 천주교회에 의미 있는 기록이 하나 세워졌다. 안의헌(요한 세례자·41·군종교구 비승본당) 소령이 현역군인으로는 처음으로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에 등재된 주교회의 인준 전국 성지 111군데 모두를 순례했다. 제2항공여단 금왕기지 헬기중대장으로 근무하는 안 소령은 2015년 10월 9일 충북 괴산 연풍성지에서 시작해(본지 2016년 9월 25일자 20면 보도) 올해 9월 6일 충남 서천 산막골성지에서 2년 여정의 대미를 장식했다.

안 소령의 전국 성지 완주가 더 대단한 것은 111군데 성지 모두를 아내(마틸다·40), 큰 아들(루치오·초6), 작은 아들(베네딕토·초4)과 동행했고 41군데 성지는 양가 부모님들까지 함께했다는 점이다.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가 발간된 2011년부터 현재까지 전국 성지를 완주한 신자는 2500여 명에 이르지만 현역군인 신자는 성지 완주 도전자도 극소수에 불과한데다 완주자는 전무했다. 직업 군인의 근무특성을 고려하면 앞으로 한동안 현역군인 전국 성지 완주자는 다시 나오기 힘든 기록이다.

안 소령은 “111군데 성지를 모두 순례하고 주교회의 성지순례사목소위원회에 축복장을 신청했더니 담당 직원이 ‘군인이 가족들과 완주한 사례는 처음’이라며 가족 단위 축복장으로 접수하고 가족 모두의 성명과 세례명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휴가 중 좀 더 보람 있는 ‘여행’을 가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성지순례가 횟수를 거듭할수록 순교자들의 뜨거운 신앙에 빠져들게 되었고 안 소령과 가족 모두의 신앙은 깊어져 갔다. 특히 두 아들은 성지순례를 떠나기 전 성지의 역사를 미리 인터넷에서 찾아 공부하고 성지에 도착하면 주모경과 십자가의 길, 성인호칭기도를 바쳤다.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순례 소감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안 소령은 “멋 훗날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떠올릴 수 있는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서 기쁘고 아이들에게 어떤 말보다 값어치 있는 가르침을 준 것 같아 뿌듯하다”고 밝혔다. 또한 “성지순례를 하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사실은 아무리 큰 고난과 최악의 상황도 우리에게 필요하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주셨고 슬기롭게 헤쳐나가면 결국은 유익이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