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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미국의 ‘지역사회 역량 강화 운동’ / 문병학 신부

문병학 신부 (평택대리구 세마본당 주임)
입력일 2017-10-24 수정일 2017-12-12 발행일 2017-10-29 제 3067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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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청 사회복지국 근무 후에 시작한 낯선 미국 생활은 많은 관심과 도전, 새로운 배움의 연속이었습니다.

힘든 언어연수 과정을 마치고 대학원에서 사회복지와 사회사목에 관해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생태·생명·환경의 문제도 배움의 주된 관심사였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어려움, 다소 문화 충격의 긴장감을 느끼면서도 폭넓고 많은 유익한 경험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본당에서 몇 개월 거주하며 그들의 사목활동을 관찰할 수 있었고 다양한 사회사목 활동들의 현장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연구와 나눔의 시간도 함께 했습니다.

무엇보다 지역 공동체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지역사회 개발 프로그램’(Community Development Programs), ‘지역사회 역량 강화 운동’(Community Empowerment Movement) 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은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참여와 협력에서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문제를 스스로 의식하고,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며 변화를 위해 앞장서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지역사회 역량 강화 운동은 말 그대로 사람들과 공동체의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예를 들어 한 지역에 슬럼(slum)이 형성되면 범죄와 마약, 매춘 등이 성행하고, 지역의 살기 어려운 사람들은 세금을 감당할 수 없게 됩니다. 마침내 사람들은 차츰 낡고 부서진 집들을 버리고 떠나 그 지역은 더욱 황폐화됩니다.

이때 지역 공동체 위원회나 또는 교회 사회복지 기구는 은행이나 금융기관에서 대리 융자를 받아 낡고 부서진 집을 헐고 새 집을 지어 가난한 이웃이 살도록 도와줍니다.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은 20~30년 상환으로 융자를 갚아 나가기 위해 직업을 구해 일을 하게 되는데 이런 과정에서 지역 사회가 점차 폐허에서 재건하게 되고 역량을 강화해 가는 것입니다. 미국을 떠난 지 10년 후 다시 방문했을 때 눈에 띄게 변화한 모습에 이 운동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기도 했습니다.

1999년 후반기에 미국을 떠날 준비를 하면서 L.A. 가톨릭사회복지회, 독일 카리타스, 영국 교구청 등의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귀국했습니다. 이어 3개월 동안 신학생들 어학 및 해외연수 지도 신부로 인도에 3개월 머물며 캘커타의 마더 데레사가 활동하던 빈민가 및 가난한 공동체들의 현장들을 방문했습니다.

2000년 1월 귀국 후 교구장이셨던 최덕기 주교님께서 성남동본당이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공동체이니 2~3년간 사목경험 후 교구청으로 들어와 사회복지 담당을 다시 맡아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주교님과 많은 대화를 나눈 뒤 그 동안 많이 배우고 느끼고 생각하였던 교회 공동체 역량강화 프로그램과 교회 시스템의 제한적인 문제점을 보완하는 프로그램을 제안했습니다. 주교님께서는 깊이 생각하시고 성남동본당에서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 개발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사회사목이나 복음화센터 설립 등의 새로운 과제와 함께 사목활동을 전개하도록 하셨습니다.

성남동본당은 제가 그동안 배우고 생각했던 본당사목과 사회사목의 비전을 모색하고 실시한 첫 본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본당사목과 사회사목을 통합·연계해 실시해본 단체 ‘남당 소. 빛 사회원’을 운영하면서 미약하나마 지역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해보자는 뜻으로 새로운 사목을 시도했습니다.

문병학 신부 (평택대리구 세마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