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경제력 없는 남편, 가정불화 힘들어요

황미구 원장(상담심리전문가·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
입력일 2017-09-26 수정일 2017-09-27 발행일 2017-10-01 제 3064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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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서로의 ‘긍정 멘토’… 관계 회복 노력해보세요

【질문】 경제력 없는 남편, 가정불화 힘들어요

경제력이 없는 남편과 불화가 극심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실업 후 1년 넘게 집에서 소일을 하고 있는 남편이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 거의 매일 싸움을 하곤 합니다. 남편이 자격지심을 느끼거나 예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해하려고 애써왔지만, 갈수록 저도 힘들어 이제는 말 한마디 서로 건네기가 어려울 지경입니다.

【답변】부부는 서로의 ‘긍정 멘토’… 관계 회복 노력해보세요

2016년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이혼 건수는 10만7300건이라고 합니다. 또한 10년 전에 비해 50세 이상이 전체 이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7%에서 38.0%로 크게 증가했답니다. 이혼 사유 중에는 경제적인 문제가 26%로 가장 많았고, 남녀의 외도가 24%, 성격 차이가 22%라고 합니다. 점점 경제적인 문제가 위기의 가족을 만들고, 심지어 가족을 해체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갈등 상태인 부부를 상담하다 보면 누구의 편을 들어주기가 참 애매할 때가 많습니다. 부인 이야기를 들으면 부인 마음이 공감이 되고, 남편 이야기를 들으면 남편의 마음도 이해가 갑니다. 그래서 누가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는 게 부부 싸움인 것 같습니다. 갈등의 원인이 무엇이든지 간에, 결국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서로 같기 때문일 것입니다. 살다 보면 예상치 않게 고통스러운 순간이 찾아오고, 그로 인해 서로 간의 갈등이 생겨납니다. 그런데 더욱 삶을 힘들게 하는 건, 이런 고통을 함께 헤쳐 나갈 사람과 갈등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IMF 때를 생각해 보십시오. 당시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가장 빨리 외화를 버는 방법은 화폐를 대용할 수 있는 금을 수출하는 길 밖에 없었답니다. 당시 너나 할 것 없이 아기 돌반지부터 가락지, 금목걸이, 비녀, 노리개 등과 심지어 골드바를 기부할 정도로 국가의 경제 부도를 막기 위해 국민 모두가 발 벗고 나섰고, 예상보다 훨씬 빨리 IMF에서 벗어날 수 있었답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한 말이 그냥 생긴 것은 아닌 듯 싶습니다.

긍정심리학자들이 1955년 하와이의 카우아이 섬에서 태어난 신생아 833명을 대상으로 40년간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될 때까지 지켜보며 연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연구 목적은 ‘나쁜 환경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비행 청소년으로, 범죄자 혹은 중독자의 삶을 살게 될 것’인지 알아보고 싶었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833명의 아이들 가운데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201명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아이들이 예상 밖으로 모범적인 성인으로 성장했더랍니다. 어려운 환경에 있었어도 이 아이들을 무조건적으로 이해해주고 받아주는 어른이 주변에 적어도 한 명은 있었기 때문이랍니다. 이 연구에 참여했던 에미 워너 교수는 회복탄력성(자신에게 닥치는 온갖 역경과 어려움을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힘)의 핵심적 요인은 결국 인간관계였다고 결론을 지었습니다.

실직 등 경제적인 문제로 고통받는 분들을 보면, 어쩌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의한 경제적인 위기를 개인의 탓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답답함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개인이 아무것도 안 하고 막연히 경제적인 상황이 나아지길 기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대니얼 길버트 교수에 의하면 사람들은 종종 특정한 사건이 미래의 행복감이나 불행감에 미칠 영향에 대해 과대평가를 하고 있지만, 그것은 ‘완전한 착각’이라고 했습니다. 부부가 지금의 불행으로 인해서 평생을 불행하게 살 것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남편과 부인이 모두 회복탄력성을 발휘하기 위한 서로의 긍정적인 멘토가 되어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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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구 원장(상담심리전문가·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