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사막 교부들의 금언」

권세희 기자
입력일 2017-09-26 수정일 2017-09-26 발행일 2017-10-01 제 3064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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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다 워드 지음/ 허성석 신부 옮김/ 488쪽/ 2만3000원/분도출판사겁고 치열했다
고요한 침묵… 하지만 사막의 영성은 뜨

“물러나라, 침묵하라, 그리고 평화 중에 머물라.”

사막의 뜨거운 땅에서 꽃피운 교부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왔다. 「사막 교부들의 금언」이다.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대 그리스도교의 저술가를 의미하는 ‘교부’의 의미가 아니라, ‘삶’ 앞에서 치열하게 산 ‘교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성공회 수도회인 하느님 사랑의 수녀회 소속 수도자며, 사막 수도승 전문가인 저자가 집필한 이 책은, 사막 교부들의 삶에 대한 간략한 역사와 더불어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 제타 등의 알파벳순 모음집으로 구성해 교부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책에 실린 금언들은 사막의 체계화되지 않은 지혜를 ‘단순한 언어’로 나타내고 있으며, 수도자들이 금욕 생활을 하며 얻은 경험과 실제적인 권고들을 위주로 기록됐다.

인상 깊은 것은 「사막 교부들의 금언」에서 다루고 있는 ‘사막 영성’의 핵심은 가르치거나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스스로 매료돼 시작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막 영성을 책에서는 ‘전(全)삶의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그들은 체계적인 방법이 없었으나 ‘그들의 삶’ 자체를 내놓고 육체와 영혼의 온 측면을 새롭게 하기 위해 고된 일을 받아들이며 살아갔다.

사막의 수도자들은 속세에서 멀어져 사막 안에서 ‘고독’을 찾았다. 그들은 침묵과 고독 앞에서 기도했고 그들의 삶 자체를 하느님에게 모두 맡긴 채 살아갔다. 최소의 잠자리와 물, 그리고 음식을 먹으며 절제하는 삶을 살았다. 수도자들은 금욕적인 삶 속에서 ‘하느님과의 관계’에 집중했다. 사막 수도자들의 목표는 ‘주님의 수난을 구체화하고 그리스도를 따라 향하는 것’이기 때문. 또 그들은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절제된 삶을 살았으나, 지극히 인간적이었으며 사람들의 연약함에는 동정을 기울였던 이들이었다. 그들의 조용하지만 치열한 삶을 들여다보며 우리는 건조한 땅에서 솟아오르는 믿음과 영성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우리가 우선 가치로 느끼는 재산, 지식, 권력 등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이들을 보며 ‘절제하는 삶’이란 무엇인지, ‘하느님께 온전히 봉헌하는 삶’은 무엇인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권세희 기자 se2@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