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성가의 기쁨] 이재석 신부 (상)

신동헌 기자
입력일 2017-09-26 수정일 2018-04-25 발행일 2017-10-01 제 3064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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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모델’이신 예수님 따르고자

■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

“사랑하라 내가 보인 그 사랑을 그 기쁨 전하여라”

2003년 사제수품을 앞두고 성구를 정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미사 복음말씀인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듣고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10,37)는 말씀을 성구로 정했다.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예수님의 삶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라는 깨달음에서였다. 사제가 된 지 7년이 지난 어느 날, 그 말씀은 이재석 신부(부산교구 밀양본당 주임)를 회개로 이끌었다.

“인도네시아에서 교포사목을 하던 중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는 말씀으로 곡을 만들었습니다. 힘든 일을 겪고 있었고 성전에 홀로 앉아 기도를 바쳤습니다. 그때 수품성구가 계속 떠올랐습니다. 메아리치듯이. 이 말씀에 비추어 제 모습을 보았을 때 하느님의 뜻에서 빗나가 있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제 삶을 성찰하게 되는 계기가 됐죠.”

나태해진 모습을 하느님께 내어드린 순간이었다. 스승이신 예수님을 따라 살겠다는 결심이 흔들린 순간 말씀을 통해 새 힘을 얻고 그 은총이 열매를 맺은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롤모델이 돼 주셨습니다. 그런 예수님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죠. ‘예수님께서 어떤 것을 기뻐하실까?’를 생각하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신앙인의 모습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부터 그래야겠죠. 그런 점에서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는 저에게 초심을 잊지 않게 해주는 고마운 성가입니다.”

2012년 첫 음반 ‘목자’를 발매하고 전국을 다니며 찬양콘서트를 열고 있다. 많은 무대에 섰지만, 첫 무대는 잊을 수 없다. ‘노래’가 아닌 ‘찬양’을 하기 위해 무대에 선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첫 공연을 잊을 수 없습니다. 너무 긴장했었어요. ‘잘 불러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무대에 오르는 순간 ‘아! 나는 하느님을 찬양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이다’는 깨달음이 들었어요. 제 노래 실력을 뽐내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죠. 하느님을 찬양하기 위해 이 곡을 부르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오자 긴장이 사라지고 온 마음을 다해 하느님을 찬양할 수 있었습니다.”

찬양은 ‘나’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깨달음이었다. 음악을 배운 적이 없기에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찬양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전할 수 있어 늘 감사드린다.

“어느 날 한 자매님께서 저를 찾아오셨어요. 그 자매님께서 절망에 빠져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순간 이 곡을 들으시고 마음을 다잡았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그 말씀을 들으며 하느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저의 부족한 찬양을 통해 하느님께서 일하셨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이 길을 놓지 않아야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순간이었고요. 늘 하느님을 찬양하고 싶습니다.”

신동헌 기자 david983@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