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 ‘2017 생태탐방’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7-09-19 수정일 2017-09-19 발행일 2017-09-24 제 3063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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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 한국DMZ평화생명동산과 대암산 용늪 찾아
주님 창조섭리 간직한 곳 생태 보전의 영성 깨닫다
대암산 1280m 기슭의 ‘용늪’ 출입 제한돼 생태계 원형 보전
탐방로 따라 1시간 걷다 보면 수천 년에 걸쳐 쌓인 늪과 곳곳에 멸종위기 식물 마주해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2017 생태탐방’ 참가자들이 9월 16일 강원도 대암산 용늪 탐방로를 걷고 있다.

하느님 창조섭리를 간직한 태고의 신비 앞에 선 인간의 입에서는 감탄사만 흘러나왔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위원장 이재돈 신부)가 9월 16~17일 1박2일간 강원도 인제 한국DMZ평화생명동산과 대암산 용늪 일대에서 마련한 ‘2017 생태탐방’은 창조질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세계에 빠져들어 인간이 잃어버린 천부의 모습을 되찾아가는 시간이었다.

16일 생태탐방에 나선 천주교생태영성학교 수료자들과 하늘땅물벗 회원 등 순례단 28명이 처음 찾은 곳은 강원도 인제와 양구에 접해 있는 용늪. 해발 1304m인 대암산 1280m 기슭에 고즈넉이 자리한 용늪을 찾아가는 13㎞ 여정은 기대와 설렘의 연속이었다.

대암산 정상 부근까지 오르자 달라진 공기가 확 끼쳐온다. 산 아래는 초가을인데 용늪에는 이미 초겨울이 와있었다. 순례단을 맞은 원주지방환경청 이종열(60) 자연환경해설사가 인간이 가늠하기조차 힘든 용늪의 역사를 풀어냈다.

“용늪은 지역주민들에게는 수백 년 전부터 알려진 곳이지만 학계에서는 1960년대부터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문화재청은 1973년 천연보호구역으로, 환경부는 1999년 습지보호구역으로, 산림청은 2006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우리나라가 람사르 국제협약에 가입하면서 국내에서는 1997년 최초로 등록한 습지이기도 합니다.”

대암산 용늪에 핀 세계적 희귀종 금강초롱꽃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대암산 용늪에 핀 세계적 희귀종 물매화가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일반인에게 용늪 내부가 개방된 것은 2016년 7월로 불과 1년 전이다. 문화재보호법, 산림보호법, 습지보전법의 규제를 받을 뿐만 아니라 인근에 군부대가 많아 군사시설보호법까지 적용된다. 태고의 신비와 생태계 원형이 용늪처럼 온전히 보전된 곳은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5~10월에만 개방하고 하루 최대 250명, 1회에 자연환경해설사 동행 조건으로만 원칙적으로 20명까지 들어갈 수 있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용늪 탐방로를 따라 1시간 즈음 걷는 동안 수천 년에 걸쳐 1년에 1㎜ 높이로 쌓인 늪, 늪 곳곳에 피어난 기생꽃, 물매화, 달꽃, 금강초롱꽃 같은 멸종위기 식물과 전 세계적 희귀식물이 청신한 자태를 뽐냈다. 멧돼지가 용늪 군데군데 파헤친 흔적도 보였다.

용늪을 ‘하느님의 비밀정원’으로 즉석에서 명명한 순례자가 있는가 하면 한 순례자는 아름다움에 도취돼 성가를 흥얼거렸다.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저 솔로몬의 옷보다 더 고운 백합화 주 찬송하는 듯 저 맑은 새소리 내 아버지의 지으신 그 솜씨 깊도다.’ 성가는 이내 합창으로 바뀌었다.

순례단은 하느님이 창조한 가장 아름다운 본연의 모습을 더 예쁘게 꾸미려는 무지와 욕심으로 인간이 스스로를 망가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묵상하며 대암산을 내려왔다.

9월 17일 오전 군종교구 을지성당에서 봉헌한 미사에서 백종연 신부(서울 환경사목위 부위원장)는 “생태환경 보전 역시 복음을 증거하는 길이고 우리시대의 순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환경사목위 생태탐방은 2008년 비무장지대에서 첫 발걸음을 내딛은 후 매년 1~2차례 창조질서가 보전되거나 파괴된 현장을 찾아가며 열리고 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