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인터뷰] ‘로고스의 불’ 주제로 전시회 갖는 조광호 신부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7-09-12 수정일 2017-09-12 발행일 2017-09-17 제 3062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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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숯, 붉은 숯불되듯… 하느님 숨결 녹아들다”

조광호 신부는 많은 경우 자신의 창작품들에 숫자 ‘3’을 넣곤 한다. 조 신부는 “3이라는 숫자는 저 너머의 세계인 하느님 나라를 의미한다”면서 “하느님 나라가 현재 우리와 함께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캔버스를 꾸민 소재가 숯이다. 그 옆에는 진짜 숯보다 더 진짜처럼 그려진 숯이 있다. 실제보다 더 섬세하고 치밀하게 표현하는 이른바 ‘하이퍼 리얼리티(hyper reality, 최상의 실제)’ 방식의 작품이다.

작가는 가짜 숯과 진짜 숯을 함께 캔버스에 담아, 보이지 않는 저 너머의 하느님 나라가 현재 우리와 같이 존재한다는 의미를 형상화했다.

이렇게 독특한 형태의 작품을 선보인 주인공은 국내 미술계에서도 ‘사제 화가’로 잘 알려진 조광호 신부(조형미술연구소 대표)다.

조 신부는 9월 20일~10월 10일 서울 효창원로 김세중미술관에서 ‘로고스의 불’을 주제로 개인전을 연다.

‘로고스(logos)’는 요한복음 혹은 존재와 진리 자체를, 불은 생명의 불씨를 의미한다. 특히 조 신부는 하느님의 존재를 형상화하는 상징으로 숯과 불을 꼽았다. 이어 숯과 불을 통해 만물에 내재된 하느님의 숨결과 생명의 에너지를 드러내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숯은 죽은 나무를 불에 구워 에너지로 되살린 연료이기도 하다.

조 신부는 “모든 것은 죽으면 재가 된다”면서 “하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죽은 듯 보이지만 그 안에는 사실 하느님의 숨결이 살아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현대 추상화 작품 40여 점을 선보인다.

각 작품에는 시간, 숫자, 발자국, 문자 등 여러 암호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숫자 ‘3’은 저 너머의 세계, 하느님 나라를 의미한다. ‘00:00’은 하느님이 만물을 창조한 시간을, ‘빈집’은 우리가 이 세상에 잠시 살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또 ‘∞’는 무한하고 영원한 하느님을 상징한다.

조 신부는 예술은 ‘몰두하는 노동’이라고 말한다. 나그네처럼 실재를 향해 걸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은 하느님께 다가가기 위한 과정과 같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예술은 幸福(행복)에 대한 지켜지지 않는 약속이다.”

인천에 위치한 조 신부 작업실 입구에는 이런 말이 담긴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조 신부는 “예술은 행복을 줄 것 같지만, 그런 환상을 줄 뿐”이라면서 “우리에게 행복과 평화를 주는 것은 하느님뿐이라는 생각으로 늘 작업에 몰두한다”고 말한다.

그는 세월이 아주 잠깐 흘렀다고 지난 50여 년을 회상했다. 하느님을 향한 마음과 예술에 대한 열정을 한결같이 키워온 그는 “즐거운 일을 하면 시간이 멈추는 것 같다”면서 “11월 스테인드글라스 전시를 비롯해 앞으로 다양한 작업에 몰두할 것”이라고 밝힌다.

조 신부는 1985년 독일 뉘른베르크 쿤스트아카데미에서 5년간 현대회화를 배웠으며, 오스트리아에서는 동판화와 스테인드글라스를 연구했다. 인천가톨릭대 조형예술대학 교수와 학장 등을 지낸 조 신부는 현직에서 은퇴한 이후 보다 활발히 작품 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