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칼잠 구치소’ 국가 첫 배상 판결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7-09-12 수정일 2017-09-12 발행일 2017-09-17 제 3062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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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법, 과밀수용 인정
천주교 인권위 노력 결실
강성준 활동가.
교정시설에 수감됐던 수형자가 과밀수용으로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첫 승소판결이 나왔다. 만성화된 국내 교정시설의 과밀수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고등법원 민사6부는 8월 31일 “1인당 수용 거실 면적이 인간으로서의 기본 욕구에 따른 생활조차 어렵게 할 만큼 지나치게 좁으면 헌법에 보장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국가가 서모씨 등 원고 2명에게 각각 위자료 300만 원과 15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부산고법이 교정시설 과밀수용을 이유로 한국 사법사상 처음으로 손해배상 판결을 내놓는 데는 천주교인권위원회(이사장 김형태 변호사) 교도소 인권 담당자인 강성준(사무엘·42) 활동가가 절대적인 기여를 했다. 강 활동가가 청구인으로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29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구치소 내 과밀수용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 결정 역시 교정시설 과밀수용의 위헌성을 지적한 최초의 판단이었다.

서모씨 등은 부산지방법원에 제기한 1심 소송에서는 2014년 2월 20일 패소(청구기각) 판결을 받았지만 헌재의 위헌 결정이 나온 이후 선고된 부산고법 항소심에서는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강 활동가는 “과밀수용 피해자들이 천주교인권위에 소송 문의를 하는 전화가 가끔 걸려온다”며 “과밀수용 피해자들의 승소가 이어진다면 국가가 재정 압박을 받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수용시설 확충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주교인권위는 9월 1일 낸 보도자료에서 “정부는 형집행법을 개정해 수용자가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1인당 면적을 규정하고 이를 보장하는 것을 국가의 의무로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