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알코올중독자 돕기 시화전 여는 김발렌티노씨

조지혜 기자
입력일 2017-08-29 수정일 2017-08-30 발행일 2017-09-03 제 3060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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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으로 알코올중독자에 희망 전파
9월 17일까지 카프성모병원서 
알코올중독 극복한 이후
문화카페 운영하며 봉사

자신의 시화 작품 앞에 선 김발렌티노씨. 김씨는 경기도 일산 카프성모병원에서 9월 3~17일 ‘함께사는세상 Dream & Lovers’를 주제로 시화전시회를 연다.

얼굴… 세상이 환하다

-김발렌티노-

해가 뜨니까/ 낮이 환하다

달이 뜨니까/ 밤이 환하다

네가 뜨니까/ 내가 환하다

‘불광동 시 배달부’이자 화가 김발렌티노(발렌티노·59·서울 불광동본당)씨가 경기도 일산에 있는 중독치료 전문병원 카프성모병원에서 9월 3~17일 ‘함께사는세상 Dream & Lovers’를 주제로 시화 전시회를 연다. 20여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 수익금은 알코올중독자 치료를 위해 기부한다.

“마음에서 나오는 대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린다”는 김씨는 틈틈이 그림을 그려 이번에 벌써 네 번째 전시회를 열게 됐다. 지난해 6월 서울 방배동성당에서 첫 전시회를 연 그는 지난 1월 서울 명동 갤러리 1898에서 두 번째 전시회를 열었고, 7월에는 서울 상계동 더숲갤러리에서 세 번째 전시회를 열었다. 그는 그동안 전시 수익금이 생기면 청년사업자금으로 기부했다.

한때 알코올중독자로 병원 입퇴원을 반복한 김씨는 네 번째 퇴원한 2010년 8월 16일 이후 술을 입에 대지 않고 있다. 그는 마지막 입원 당시 “노숙자를 위해, 유치장에 갇힌 이를 위해 봉사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다짐을 실천에 옮겨 현재 노숙자를 위한 밥차 배식봉사, 서울대교구 경찰사목위원회 소속으로 경찰서 유치장 방문 등을 하고 있다. 유치장에 있는 이들 중엔 알코올·도박 중독자가 많아 김씨는 이들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공감하며 들어줄 수 있다.

현재 김씨는 서울 불광동에서 문화카페 ‘인생은아름다와라’를 운영하고 있다. 카페에 찾아오는 이들 중에는 가족이 알코올중독자이거나 자신이 중독자인 경우가 있다. 김씨는 “가족이 중독자인 경우 중독자 가족의 변화 가능성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가족에게, 중독자에게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고 했다. “또 자신이 중독자일 경우 그냥 그들과 함께 있어 준다. 중독의 첫 번째 요인은 외로움이기 때문이다. 외로운 그들과 함께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희망전파는 카페와 유치장에 머물지 않고 중독치료 병원까지 확장된다. 지난 4월 카프성모병원에서 열린 바자에서 밴드와 함께 노래를 불렀고, 병원 미사에서는 자신의 중독 경험을 환자들과 함께 나누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이는 자신이 중독자임을 밝히며 자기 이야기를 김씨에게 털어놓기도 한다. 카프성모병원에서 활동하면서 그의 작품이 알려졌고 이는 자연스럽게 이번 전시회로 이어졌다.

김씨는 알코올중독 관련 봉사 외에도 어려움을 겪는 이를 위한 기부에도 적극적이다. 그가 운영하는 카페에는 ‘사랑’, ‘평화’라는 기부 주전자가 있다. 손님들이 주전자에 기부를 하면 그 돈은 서울 은평구에 있는 복지시설에 보내진다. 또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이 실시하는 바보나눔터 56호로 등록해 나눔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2012년 고칠 건 다 고친다는 마음으로 이름도 세례명인 ‘발렌티노’로 개명한 김씨는 오늘도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카페를 찾아오는 이들과 읽으며 ‘함께 사는 세상’을 이루고 있다.

조지혜 기자 sgk9547@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