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걷기, 하느님을 향해 / 이승훈 기자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7-08-29 수정일 2017-08-29 발행일 2017-09-03 제 3060호 2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걷기의 효과는 대단하다. 근육강화는 물론, 심장과 폐가 건강해지고 혈액순환도 좋아진다. 뿐만 아니다.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10분가량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긍정적이 돼 정신 건강에 좋다고 한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의 연구에서는 걷기가 뇌기능을 향상시키고 혈관성 치매를 예방하는 데 큰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걷기는 영적 건강을 키우는 데도 탁월한 듯하다. 지난 7월 15일 수원교구 청년도보성지순례 파견미사에서 8년 전 이 도보순례를 취재할 때 처음 봤던 청년을 만났다. 8년째 해마다 도보순례를 하고 있다고 했다.

261㎞를 걷는 여정이 힘들지 않았을까? 취업준비에 사회초년생 생활도 힘들었을 텐데. 청년은 빙그레 웃으며 “그냥 좋아서요”라고 답했다. 뭉클했다. 기자의 귀에는 그 말이 “아무리 힘들어도 하느님을 향해 걷는 게 그냥 좋다”고 들렸다. 이 청년만이 아니었다. 참가 청년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느님을 찾고 기도해본 적은 처음”이라면서 “또 순례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본래 그리스도인의 순례는 걷기에서 시작했다. 처음엔 이스라엘의 신자들이 주님의 십자가의 길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세계의 신자들이 그 길을 향해 걸었다. 이후에도 순례자들은 하느님을 찾기 위해 걸었다. 스페인의 카미노 데 산티아고 역시 도보순례길이고, 세계청년대회에도 폐막미사 장소까지 걸어서 순례하는 전통이 있다. 지상교회를 순례하는 그리스도인에게 하느님을 향해 걷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순교자성월이다. 가을 하늘 아래서 성지를 향해, 하느님을 향해 걸어보면 어떨까.

이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