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성모신심에만 빠져 정작 마음을 두어야 할 교리에는 무지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도신경을 바칠 때,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시고”라는 부분에서 누구도 고개를 숙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른 경문에서 “복되신 동정 마리아와”라는 부분이 나오면 고개를 숙입니다.
왜 그렇게 하느냐 했더니 예수님을 낳으신 분이기에 그런다고 합니다. “성령으로 인하여”라는 믿을 내용의 중요성을 알려주어도, 자기들은 성모님 덕분에 예수님이 태어나셨다는 것을 더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어쩔 수 없는 마리아노라고 하더군요. 몇 십년 동안 지켜온 것을 바꿀 수 없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결국 그들에게는 더 이상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답니다. 한국교회에도 믿을 교리보다 자신의 개인적 신심을 더 중요시 여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 사람들은 밥보다는 간식을 더 좋아라하는 어린아이와 같은 신앙생활을 하고 것처럼 보입니다. 정작 중요하고 챙겨야하는 것은 소홀히 하면서, 달고 입맛에 당기는 것만 추구하기 때문이죠. 신앙은 입맛에 따라 하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죠. 참으로 교리를 잘 배우고 깊이 깨닫는다면 그만큼 주님을 더 잘 알게 되고, 그로써 신앙이 더욱더 풍성해진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문석훈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