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선교지에서 온 편지 - 칠레] ‘마리아노, 마리아나’

문석훈 신부
입력일 2017-08-22 수정일 2018-01-22 발행일 2017-08-27 제 3059호 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찬미 예수님.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저는 시몬 신부님이 한국으로 휴가를 떠나, 혼자 본당을 지키고 있답니다.

칠레에 온 지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볼리비아에서 처음 언어를 배우던 때를 생각하면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오늘은 성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남미는 대체로 성모신심이 아주 강한 곳입니다. 그래서 각 나라마다 성모님 축일을 아주 성대하게 보내고 있죠.

유명한 멕시코의 과달루페 성모님부터 볼리비아의 우루꾸삐냐 성모님, 아르헨티나의 루한 성모님까지 지역별로 여러 성모님을 기념합니다.

물론 칠레도 성모신심을 빼면 서운하죠. 칠레에는 자칭 ‘마리아노, 마리아나’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어느 것보다 성모님만 중요시 여기는 사람들을 일컬어 그렇게 부릅니다. 이런 사람들은 많은 경우 제대에는 관심이 없고, 그 옆에 모셔진 성모상에 꽃을 봉헌하며 기도를 하곤 합니다. 어떤 단체는 자기들만의 성모상을 모시면서, 마치 신주단지 모시듯 매주 정성을 다합니다.

문석훈 신부가 8월 칠레의 자선의 달을 맞아 첫영성체를 준비하는 가정, 청년들, 자선단체와 함께 가난한 이웃을 위해 식재료 봉헌을 받으러 나서면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제는 성모신심에만 빠져 정작 마음을 두어야 할 교리에는 무지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도신경을 바칠 때,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시고”라는 부분에서 누구도 고개를 숙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른 경문에서 “복되신 동정 마리아와”라는 부분이 나오면 고개를 숙입니다.

왜 그렇게 하느냐 했더니 예수님을 낳으신 분이기에 그런다고 합니다. “성령으로 인하여”라는 믿을 내용의 중요성을 알려주어도, 자기들은 성모님 덕분에 예수님이 태어나셨다는 것을 더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어쩔 수 없는 마리아노라고 하더군요. 몇 십년 동안 지켜온 것을 바꿀 수 없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결국 그들에게는 더 이상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답니다.

한국교회에도 믿을 교리보다 자신의 개인적 신심을 더 중요시 여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 사람들은 밥보다는 간식을 더 좋아라하는 어린아이와 같은 신앙생활을 하고 것처럼 보입니다.

정작 중요하고 챙겨야하는 것은 소홀히 하면서, 달고 입맛에 당기는 것만 추구하기 때문이죠. 신앙은 입맛에 따라 하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죠. 참으로 교리를 잘 배우고 깊이 깨닫는다면 그만큼 주님을 더 잘 알게 되고, 그로써 신앙이 더욱더 풍성해진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 후원금은 수원교구 해외선교지를 위해 사용됩니다.

※ 후원 ARS : 1877-0581

※ 후원 계좌 : 국민 612501-01-370421, 우리 1005-801-315879, 농협 1076-01-012387, 신협 03227-12-004926, 신한 100-030-732807(예금주:(재)천주교수원교구유지재단)

※ 해외선교지 신부님들과 교우들을 위한 기도 후원 안내

-해외선교지 신부님들과 교우들을 위한 묵주기도, 주모경 등을 봉헌한 뒤 해외선교후원회로 알려주시면 영적꽃다발을 만들어 해외선교지에 전달해 드립니다.

※ 문의 031-268-2310 해외선교후원회(cafe.daum.net/casuwonsudan)

문석훈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