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구원의 문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rn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
입력일 2017-08-14 수정일 2017-08-14 발행일 2017-08-20 제 3058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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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0주일 (마태 15,21-28)

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이사야 예언자를 통하여 당신의 구원이 가까이 왔으며, 당신의 의로움이 곧 드러나리라고 예고하십니다. 당신의 의로움이 드러나면 모든 이가 주님의 거룩한 산으로 나아와 성전, 곧 기도하는 집에서 기쁘게 살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면서 동시에 “주님을 섬기고 주님의 이름을 사랑하며, 주님의 종이 되려고 주님을 따르는 이방인들”(이사 56,6)도 예루살렘으로, 주님께 기도하는 집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분의 집은 “모든 민족들을 위한 기도의 집”이라 불릴 것입니다.

유다인들은 이러한 하느님의 말씀을 잘 알고 있었지만, 하느님의 구원이 오직 자신들만의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왜냐하면 이방인들은 율법을 모르는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율법을 모르는 자들을 기다리는 것은 하느님의 진노뿐입니다. 그래서 유다인들은 항상 이방인들을 향한 하느님의 진노, 곧 하느님의 복수의 날을 기다려 왔습니다. 그날이야말로 하느님의 의로움이 드러나는 날로 이방인들에게는 파멸이, 자신들에게는 구원이 주어지는 날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인용하여 사도 바오로는 “불의로 진리를 억누르는 사람들의 모든 불경과 불의에 대한 하느님의 진노가 하늘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로마 1,18) 그런데 사도 바오로는 하느님의 진노가 나타난다면 그 진노는 이방인들뿐만이 아니라, 유다인들에게도 내릴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율법을 하나라도 어긴다면 누구든지 하느님 진노의 대상이 될 것이 분명한데, 우리 가운데 하느님 앞에서 죄인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로마 3,19-20)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당신 약속을 지키시는 분이십니다. 오늘 제2독서가 이야기하듯이 한 번 주신 은사와 소명을 철회하는 분이 아니시기 때문에 인류의 죄악에도 불구하고,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과 맺으신 당신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시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의 범죄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의로움을 드러내고자 그들을 찾아와 그들의 죄를 씻어주시고 그들과 맺으신 약속을 지키고자 하십니다.(에제 36,16-38) 오늘 제1독서의 이사야서가 말하는 것도 바로 이 점입니다.

오늘 복음은 이사야의 예언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루어졌음을 이야기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바로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을 위해 파견된 분임을 밝히십니다.(마태 15,24) 하느님께서 당신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곧 당신 백성을 구원하시기 위해 파견하신 분이 바로 당신이라는 말입니다. 이제 당신을 통해 하느님의 의로움, 곧 하느님께서 약속을 지키는 분이심이 드러날 것이고, 당신을 통해 온 이스라엘은 구원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 구원은 오직 이스라엘 백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믿는 모든 이에게 열려 있다는 것이 오늘 복음의 가르침입니다. 이제 유다인이든, 이방인이든 믿는 이면 누구나 하느님의 성전(묵시 21,22)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모여와 하느님께 기도하고 찬미를 드리는, 하느님의 새로운 백성이 될 것입니다.(묵시 5,9; 7,1-17)

하느님의 새로운 백성이 된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오늘 제1독서는 “공정을 지키고 정의를 실천하라”고 권고합니다.(이사 56,1) 하느님의 의로움 덕분에 자비와 용서를 입게 되어 그분의 백성이 된 우리는 자신이 입은 자비와 용서를 다른 이들에게도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우리 모두는 우리의 자비와 용서를 통하여 온 세상이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로 가득 차도록 해야 할 사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렇게 온 세상이 자비와 용서로 가득 차게 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이루어야 할 공정과 정의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을 묵상하면서 성경이 말하는 공정과 정의, 곧 우리가 이루어야 할 공정과 정의란 바로 자비와 용서임을 기억하는 한 주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rn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