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비정규노동자 쉼터 ‘꿀잠’ 대표 조현철 신부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7-08-08 수정일 2017-08-08 발행일 2017-08-13 제 3057호 2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일터 잃고 거리로 나선 이들에게 쉴 곳 선사”
파업·복직운동 등 펼치면서 도로변 텐트에 머무는 이 많아
수면 공간 제공·교육도 진행 예정

비정규노동자 쉼터 ‘꿀잠’ 대표 조현철 신부가 “비정규 해고노동자들의 가장 큰 고충은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것”이라고 ‘꿀잠’ 설립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비정규노동자 쉼터 ‘꿀잠’ 대표 조현철 신부(예수회)는 “꿀잠은 말 그대로 해고된 비정규노동자들이 꿀 같은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 설립했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는 임금 수준이나 사회적 지위 등 모든 면에서 넘을 수 없는 벽이 가로놓여 있다고 할 정도로 크다. 그 중에서도 파업이나 복직운동을 하면서 잠을 제대로 못 자는 비정규노동자의 고통은 당사자가 아니면 알기 힘든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조 신부는 “정규노동자 노조는 잘 갖춰진 사무실이 있기 때문에 파업을 한다거나 해고자 구제 활동을 하는 기간에도 먹고 자고 씻는 데 불편함이 없지만 비정규노동자 노조는 노조사무실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드물어 도로변에 작은 텐트를 치고 한뎃잠을 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도로변 텐트 안에 누워 있어도 지나가는 차 소리와 땅이 흔들리는 느낌 때문에 제대로 자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화장실과 씻을 곳이 없어 지하철 화장실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보니 사실상 노숙자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게 된다”고 비정규 해고노동자들의 고충을 설명했다.

조 신부는 “‘꿀잠’을 만들게 된 것도 2015년 7월 기륭전자를 비롯한 해고노동자들이 ‘초기제안자’로 나서 ‘거리에 나와 있는 해고노동자들이 최소한 잠만이라도 편하게 잘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고 요청하면서 비롯됐고 이 점이 ‘꿀잠’ 설립에 있어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동안 해고노동자들이 잠잘 수 있는 공간을 부수적으로 제공한 기관단체들이 있긴 했지만 숙소 제공을 일차적·우선적 목적으로 하는 시설은 ‘꿀잠’이 한국사회 최초라고 볼 수 있다”며 “‘꿀잠’은 해고노동자들의 수면(쉼터) 공간 제공을 기본으로 비정규노동자들의 교육센터와 노동운동 지원의 거점 역할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신부는 “궁극적으로 한국사회에 ‘꿀잠’ 같은 공간이 없어도 되는 시대가 와야 하지만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그런 날이 오면 ‘꿀잠’은 노동운동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으로 활용했으면 한다”는 희망도 드러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