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프란치스코 교황, 자의교서 「이보다 더 큰 사랑」 발표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7-07-18 수정일 2017-07-18 발행일 2017-07-23 제 3054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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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위해 목숨 바친 이도 성인 될 수 있다”
가장 큰 가치 ‘사랑 실천’ 인정… 시복시성 새 길 열려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

프란치스코 교황이 7월 11일 자의교서 「이보다 더 큰 사랑」(Maiorem hac dilectionem)을 발표, 시복시성을 위한 4번째 길을 열었다. 4번째 길은 바로 ‘하느님과 다른 이를 위한 영웅적 사랑의 행위로 목숨을 바치는 것’이다.

교황은 이번 교서를 통해 “‘사랑의 극한 행위’(extreme act of charity)를 위해, 자유의지로 목숨을 바치는 영웅적 행위를 한 이들도 성인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규정을 승인했다. 이 규정은 교서 발표일부터 효력을 발휘한다. 새 규정은 시복과 시성에 관한 교회의 원칙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순교자와 영웅적 덕행을 실천한 증거자, 특별한 예외적 사례의 경우로 시복시성 대상을 제한해 왔다. 이와 관련해 교황청 시성성 차관 마르첼로 바르톨루치 대주교는 새 규정은 “순교와 영웅적 덕행 등의 범주에 정확하게 들어맞지 않아 현재까지는 시복시성과 관련해 명확한 절차를 따를 수 없었던 그리스도인의 영웅적 증거 행위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목숨을 내놓는’ 행위로 시복시성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의지로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며, 이 영웅적 죽음은 사랑과 연결돼 있어야 한다. 또 죽기 전에 그리스도교의 가치를 살아냈다는 증거와, 적어도 죽음 이후에라도 성스러운 삶을 살았다는 평판이 있어야 한다. 다른 대상과 마찬가지로 시복시성이 되려면, 그 후보자의 전구로 인한 기적이 필요하다. 순교자가 시복될 때는 기적 심사가 면제된다.

타인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한 대표적인 예로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성인의 죽음을 들 수 있다. 성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죽음의 위기에 처한 다른 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성인은 영웅적인 덕행으로 1971년 시복됐다. 이어 1982년 그의 영웅적 덕행은 ‘순교’로 인정받아 시성되기에 이르렀다.

시성성은 지난 2014년 교황의 승인 아래 ‘그리스도의 모범에 따라 다른 이를 위해 목숨을 바쳐, 궁극적 사랑의 행위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시복될 수 있는 지’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했다. 전문가들의 조사와 토론 끝에, 시성성의 추기경 및 주교 위원들은 2016년 새로운 시복시성의 길을 제시했다.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유흥식 주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절대적인 가치는 하느님의 사랑이고, 이러한 사랑을 위해 죽는다는 것은 순교와 마찬가지”라면서 “세상에서 더불어 사는 가장 큰 기준인 사랑을 위해 죽었다면 바로 그 사람이 ‘성인’인 것”이라고 말했다.

※ 자의교서는 교황이 교회 내 특별하고 긴급한 요구에 응하기 위해 자의적으로 작성, 발표한 문서를 말한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