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군종사관 후보생 신부 위해 봉사 박범용·김윤화씨 부부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7-07-11 수정일 2017-07-12 발행일 2017-07-16 제 3053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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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 복음화 나설 신부님들 도와 뿌듯해요”
 오랜 냉담기간 끝내고 활동 나서
 열악한 군본당 돕기 위해 용기내
“더 많은 분들 함께해 은총 느끼길”

군종사관 후보생 신부들을 위해 직무교육 기간 중 식사와 간식 준비를 도맡았던 박범용·김윤화씨 부부.

군종장교 임관식은 환희와 축제 분위기에 들썩인다. 제의를 입던 신부들이 다시 군인이 돼 9주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강도 높은 군사훈련과 직무교육을 받고 번쩍이는 대위 계급장을 다는 날이다. 선후배 사제단과 가족, 친지들은 꽃다발과 축하 현수막을 들고 임관식장을 발디딜 틈 없이 가득 메운다. 기념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 6월 30일 충북 영동 육군 종합행정학교에서 열린 제75기 군종장교 임관식에서도 19명의 임관사제를 축하하려는 인파들로 종합행정학교 강당과 남성대성당은 북적였다. 성당 통로까지 들어찬 400여 명의 신자들 가운데 유독 상기된 듯하면서도 담담한 표정을 짓는 한 부부가 눈에 띄었다.

영동지역 한 명문사학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박범용(요아킴·64)씨와 부인 김윤화(안나·58)씨. 이들 부부는 오랜 냉담 끝에 지난해 부모님의 선종이 계기가 돼 삶과 죽음의 의미 그리고 지나온 삶에 대해 돌아보게 됐다. 하느님께서는 늘 문밖에서 자신들을 기다리고 계셨음을 깨닫고 용기를 내 찾아간 곳이 군종교구 남성대성당이었다. 지난해 가을 하느님 곁으로 떠난 김윤화씨 친정아버지가 공군에서 직업군인 생활을 하기도 했고, 열악한 사정의 군본당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주변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박범용·김윤화씨 부부가 군 식당에서 봉사하고 있다. 박범용·김윤화씨 제공

박 이사장 부부는 6월 9일부터 30일까지 3주간 군종신부들이 군종사관 후보생 신분으로 직무교육을 받는 기간에 정성을 다한 식사와 간식을 준비하곤 했다. 부인 김씨는 “별로 한 일도 없고 드러낼 것도 없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지만 남성대본당 주임 정태화 신부는 “박 이사장님 부부가 훈련받는 신부님들을 돕지 않았다면 저 혼자서는 아무리 애를 써도 신부님들 뒷바라지를 제대로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관식과 임관미사를 통해 군사목 일선에 첫발을 내딛는 19명의 신부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간식을 건네받으며 우렁찬 목소리로 “잘 먹겠습니다”라고 외치던 환한 얼굴들이 떠올랐다. 교육자로 살면서 청소년들과 청년들이 처한 각박한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박 이사장 부부는 “군대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안고 있는 젊은이들이 모여 있는 곳인 만큼 군복무 시절에 하느님을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군인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어떤 존재인지 알게 하고 건강한 자존감을 회복해 사회로 돌아가서도 하느님이 각자에게 주신 탈렌트를 발휘하도록 이끄는 군종신부님들 곁에 함께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뿌듯하다”는 말도 이어졌다.

박 이사장 부부에게 19명의 군종신부들이 종합행정학교에서 하루하루 꽉 짜인 교육 일정을 소화하며 남성대성당에서 공동집전으로 봉헌한 미사는 매번 가슴 벅찬 감동으로 다가왔다. 비록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신앙이 알게 모르게 깊어짐을 마음과 피부로 느꼈다. 특히나 19명의 군종신부들이 성가를 부를 때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듯한 신비한 체험을 하기도 했다.

박 이사장 부부는 “벌써부터 내년 6월 임관식이 기다려지고 더 많은 신자들이 저희 부부가 체험한 은혜를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