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고백은 늘 수줍다

한분순(클라라) 시인
입력일 2017-07-04 수정일 2017-07-04 발행일 2017-07-09 제 3052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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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것은 노래를 잊는다는 것이다. 거리를 다니는 명랑한 소녀들이나 오토바이를 몰고 달리는 경쾌한 젊은이들을 보면 모두들 노래를 큰 소리로 듣고 있다. 그들과 다르게 점잖아야 하는 어른의 삶에는 흐트러진 리듬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경건하며 작은 축제가 선율과 함께 기다리는 곳은 단아한 성당이다. 그 고요를 쾌활하게 흔들며 다들 어우러져 성가곡을 부르는 순간은 서정이 잃어버린 노래를 되찾는 찰나가 된다.

내가 소녀 시절에 처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부른 노래는 ‘알렐루야’였다. 합창대회에 나가려 연습하면서 그 울림의 신성함에 매료된 추억이 있다.

성가는 거룩한 노래라는 뜻이다. 기도를 두 번 하는 것과 성가를 한 번 잘 부르는 것이 같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아무런 반주 없이 오직 하늘이 주신 목소리라는 고마운 악기로 찬미를 할 수 있음은 기쁜 은총이다. 그레고리오 성가를 부르든, 아베 마리아를 흥얼거리든, 나의 몸과 마음에서 나온 노래를 선물로 드린다는 것은 아름다운 뜻깊음이다. 가스펠이 마치 팝송처럼 익숙하며 친밀한 노래가 되었듯, 언제든 부르면 내게 힘이 되는 나만의 노래를 지니고 싶기도 하다. 우리도 저마다 나만의 주제곡이 생긴다면 좋겠다. 하늘이 만들어 주신 ‘나’라는 귀한 존재를 스스로 아끼며 내가 나에게 불러 주는 삶의 즐거운 주제곡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찬미의 지극함이 있다고 해도 성당의 낯선 사람들 속에서 소리를 내어 노래를 부르는 것은 어쩐지 부끄럽다. 그렇듯, 고백은 늘 서투르며 수줍다. 솜씨는 없어도, 노래로 고백을 드릴 분이 계시다는 것은 참 고운 일이다.

한분순(클라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