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하느님께 의탁합니다 / 신동헌 기자

신동헌 기자
입력일 2017-06-20 수정일 2017-06-20 발행일 2017-06-25 제 3050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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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에 관해 주변 사람들과 논쟁한 적이 있다. 교회의 가르침을 따라 당연히 낙태는 안 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때 기자를 가장 당혹하게 했던 질문은 “만약 강간으로 인한 임신이나 태아에게 장애가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그 질문에 “당연히 낳아서 잘 길러야지”라는 답변을 내어놓으면서도 마음 한쪽에 불편함이 남았다. 그 상황에 부닥쳤을 때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2017 생명대행진’에서 앞선 질문을 다시 생각할 기회를 가졌다. 이날 예수의 꽃동네 형제회 신상현 수사는 인사말에서 꽃동네 가족 한 명을 소개했다. 뇌성마비 장애인 요한 형제였다. 그는 29년 전 부모로부터 버림받았고 뇌성마비로 고통받고 있으며 목의 관을 통해 수시로 가래를 뽑아내야 한다. 12년 전부터는 입으로 식사하지 못하고 배에 삽입한 튜브로 영양분을 공급받고 있다. 가장 비참한 상황에 부닥친 것처럼 보이는 요한 형제는 많은 사람 앞에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엄마를 용서했고’, ‘기도할 수 있으므로’, ‘남을 도울 수 있어’서란다.

요한 형제는 태어나지 말아야 할 생명은 없다는 것을 자신의 존재로 증명했다. 어떤 상황에서 잉태됐고 어떤 환경에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요한 형제를 보며 낙태에 관해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사실 비참한 상황에 놓여 있을 때 생명을 선택할 힘이 저에게는 없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하실 수 있으니 주님께 의지하여 생명을 선택하겠습니다.”

신동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