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선교지에서 온 편지 - 남수단] 딩카 여자 아이들의 운명

이상권 신부
입력일 2017-06-13 수정일 2018-01-22 발행일 2017-06-18 제 3049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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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인가 성당이 조금 허전해 보입니다. 자세히 바라보니 매일 보이던 한 아이가 안 보입니다. 로마나라는 여학생입니다. 매일 성당에 나오고, 주일 미사 때면 성가대에서 열심히 성가도 부르고, 춤추는 것을 참 좋아하던 아이였습니다. 로마나는 성당 여학생들 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아이입니다. 공부도 잘하고, 활동도 열심히 해서 청소년 리더십 교육에 보내기도 했습니다.

동생 피터에게 물어보니 아버지가 ‘캐틀 캠프’로 보냈다고만 이야기합니다. 왜 보냈는지 언제 오는지를 궁금해하고 있는데, 수녀님을 통해서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었습니다.

캐틀 캠프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소들을 모아 함께 키우는 곳입니다. 대게 집안에서 똑똑한 남자아이들을 뽑아서 목동으로 키우면서 소를 돌보게 합니다. 모든 문제의 중심에는 소가 있습니다.

로마나의 오빠들이 여동생을 시집을 안 보내고 계속 학교에 보내니까 화가 난 것입니다. 쉐벳에 살고 있는 로마나 아버지와도 큰 다툼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집안 여자아이의 나이가 어느 정도 되면 시집을 보내서 소를 받습니다. 그러면 친척 남자들이 그 소에 대한 소유권이 있어서 서로 나누어 가집니다. 이렇게 소를 모아서 남자들은 아내를 맞아들입니다. 이 오빠들이 화를 내서 여동생을 캐틀 캠프로 잡아간 이유는 시집을 보내기 위해서입니다.

소를 받기 위해 여동생을 일찍 시집 보내는 것은 로마나 집안만의 문제가 아니라 딩카 전체의 오랜 관행입니다. 집안의 여자 아이는 곧 소로 계산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아버지가 오빠들을 설득해서 1년 남은 초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평일 미사를 마치고 성당에서 나오는데 멀리서 로마나가 뛰어오는 게 보입니다. 얼마나 기쁜지 슬리퍼도 벗어 던지고 달려가 친구와 얼싸 안으며 기뻐합니다. 로마나는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와 성당에도 잘 나오고 노래며 춤이며 아주 열심입니다. 아직은 친구가 좋고 노래하고 춤추고 싶은 어린 소녀입니다.

초등학교를 마치면 고등학교에 보내줘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내년이 되면 상황이 어찌 될지 모르겠습니다. 룸벡에 가보면 여학교도 있고,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이 꽤 많이 보입니다. 하지만 아강그리알에서 고등학교에 가는 여학생은 거의 없습니다. 수녀원에 가고 싶어해 로렛또 여학교에 보낸 엘리사벳과 룸벡 마쫄라리 고등학교에 다니는 레베카 둘 뿐입니다.

쉐벳본당의 여자아이들.

심지어 초등학교에도 보내지 않는 부모도 있습니다. 여자 아이는 집안일을 하다가 나이가 차면 시집을 가야합니다. 초등학교에 가더라도 6학년 정도까지만 보내고 졸업하기 전에 시집을 보내기도 해서 7·8학년으로 갈수록 여학생수가 매우 적어집니다. 이것이 딩카 여자들에게는 운명과도 같습니다. 마치 남자들만의 세상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인 것 같습니다.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교육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소가 전부가 아니라, 이 세상에는 더 중요한 가치들이 있다는 것을 직접 체험하게 해주어야 합니다. 여자 아이들이 더 큰 꿈을 꿀 수 있고, 남자와 여자가 좀 더 평등한 딩카 나라를 꿈꾸어 봅니다. 예수님도 그걸 바라시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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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권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