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은총과 사랑, 친교가 늘 우리와 함께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rn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
입력일 2017-06-05 수정일 2017-06-05 발행일 2017-06-11 제 3048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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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위일체 대축일(요한 3,16-18)

오늘은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아버지 하느님, 아들 하느님, 그리고 두 분에게서 발하시는 성령 하느님께서는 각각 구분되지만 분리되지 않는 한 분 하느님이심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인간 이성으로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교리지만 역사 안에서 하느님께서 삼위일체 하느님으로 계시되고 있고, 교회 공동체 역시 여러 지체가 한 몸을 이룬다는 점에서 삼위일체 하느님의 모습을 닮아 있기에 교회는 하느님을 삼위일체이신 분으로 고백하고, 삼위일체가 바로 공동체의 원리임을 받아들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은 이런 삼위일체 하느님에 관한 이야기들입니다.

먼저, 오늘 1독서의 탈출 34,4-9은 아버지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잘 보여줍니다. ‘야훼’라는 이름을 지니신 주님께서는 “자비하고 너그러운 하느님”이십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죄를 지을 때는 분노하시어 그들을 벌하시지만,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과 맺은 계약을 기억하시어 그들을 고통 속에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언제나 다시 찾아 주시는 분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하느님을 당신의 아버지, 더 나아가 우리 모두의 아버지라고 부르십니다.

이토록 자비하고 너그러운 하느님에 관해서는 에제 36,16-38에도 잘 언급되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거룩한 이름 때문에 이스라엘을 바빌론 유배지에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그들을 이끌어 내시어 깨끗이 씻겨주시며, 정결하게 해 주시어 다시금 당신 백성으로 삼으십니다. 탈출 34,9이 말하는 것도 바로 이 점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목이 뻣뻣하여 항상 하느님 계획을 틀어놓는 역할을 하는데, 하느님께서 그들의 죄악과 잘못을 용서해 주시기에 그들은 하느님의 백성으로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자비하심과 너그러우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통하여 가장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하느님은 당신 아들의 피로 온 세상의 죄를 대신 치르셨는데, 이를 통해 당신 아들을 믿는 이들은 누구나 당신의 백성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셨습니다. 오늘 복음도 이 점을 이야기합니다. 하느님은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당신 외아들을 내어 주시는데, 이제 그를 믿는 사람은 영원히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을 것입니다.(요한 3,16-18)

그런데 요한 14,15-17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아버지께로 되돌아가고 나면 아버지께서 다른 보호자, 곧 진리의 영을 보내 주시어 우리와 함께 영원히 있도록 하실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실제 당신께서 부활하신 뒤 예수님께서는 당신 숨을 불어 넣어주시면서 “성령을 받아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제 우리 모두는 아버지와 아드님이 보내어 주시는 진리의 영 덕분에 세상 안에서 고아로 살아가지 않고 예수님을 만나고 깨달으며, 그분을 통해 하느님 아버지를 만나게 됩니다.

이처럼 성경은 곳곳에서 하느님의 세 가지 위격인 성부, 성자, 성령에 관하여 이야기합니다. 오늘 2독서로 봉독한 사도 바오로도 삼위일체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드러내며,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하느님의 사랑과 성령의 친교”가 항상 우리와 함께하기를 빈다고 인사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셔서 당신 아들을 보내 주시어 그 희생으로 우리 모두에게 구원의 은총이 주어졌음을 믿고 고백하며, 그 믿음이 코린토 공동체에서 제대로 드러나기를 기원하는 인사말입니다. 아울러 성령께서 오시어 우리가 예수님을 알아보고, 그분을 믿음으로써 하느님과 화해하며,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친교의 공동체를 이루게 되기를 기원하는 인사말입니다.

삼위일체 대축일을 맞아서 다시 한 번 우리가 믿고 섬기는 하느님이 삼위일체이심을 기억합시다. 그리고 우리 교회 공동체도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모습을 본받아 다양한 구성원들이 하나의 몸을 이루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느님께 도움 청하고, 또 각자의 자리에서 삼위일체의 신비를 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rn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