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놀랍게도 마침 그 즈음에 도로공사를 하면서 남겨진 돌들이 길가에 많이 있었습니다. 공사하는 사람들에게 저 돌을 가져가도 괜찮은지 물었더니 마음껏 가져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주 좋은 기회가 왔구나 싶어 재빨리 공소회장을 찾아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공소 신자들을 모두 동원했습니다.
큰 트럭을 빌려 아침 일찍 공소에 갔는데 실망이 너무나 컸습니다. 일을 할 사람은 많이 필요한데 어른들은 몇 명 없고 거의가 여자들과 어린이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일단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을 했는데 이곳 아이들은 참으로 대단했습니다. 이 꼬맹이들이 신발도 안 신고 장갑도 없이 일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부터는 작업장갑을 지급해주었습니다. 아무튼 저녁까지 길가에 널린 큰 돌을 2주 동안 주워 날랐습니다. 그렇게 모은 큰 돌들을 다시 망치로 부숴 작게 만들고 나니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비록 적은 인원이고, 대부분이 어린이들임에도 돌 나르는 모습을 보니 어떤 일도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래도 준비하고 시멘트도 나르고 해서 얼마 전 처음으로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행복한 마음이 벅차 올랐습니다. 아직 제대로 된 의자도 없었지만 비를 맞지 않고 미사를 봉헌할 수 있는 벽돌로 된 건물이 있다는 것만으로 이곳 교우들에겐 일생일대의 큰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이후 교우 수도 늘고 활발해져가는 쉰다 공소를 보고 ‘과연 할 수 있을까?’ 또는 ‘할 수 없을 거야’라며 부정적인 생각을 할 때마다 부끄러워지곤 합니다. 사람들에게 버려지고 업신여겨지는 작은 것들을 통해 일하시는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드리며 부족하고 보잘 것 없는 선교 사제를 통해 그분이 과연 일을 하실 수 있을까 긴가민가하지만 그럼에도 분명 큰일을 완성하실 그분께 겸손되이 찬미와 영광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