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적으로는 빈민사목위원회가 없어져야 합니다. 모든 본당에서 빈민사목이 이뤄져야 합니다.”
올해로 설립 30주년을 맞은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위원장 나승구 신부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목이 특수사목이 아니라 모든 교회 공동체가 함께 져야 할 십자가임을 역설했다.
“갈수록 다양한 양상을 띠는 가난의 모습에 주목하되 가난의 영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빈민사목위원회는 교회와 세상, 가난한 이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다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이 행복하다고 하신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기원하는 가난의 영성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보여주신 대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삶이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입니다.”
낮은 소득, 실업 등으로 대변되는 경제적 빈곤을 비롯해 정치적·사회적·문화적 빈곤에 심리 불안정, 일그러진 자아 등으로 나타나는 심리적 빈곤 등 오늘날 나타나는 수많은 빈곤의 모습은 교회에 새로운 사목적 대응을 요청한다.
“절대적 가난에서 벗어난 오늘날에는 삶이 고통스런 모든 사람들을 빈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함께 누릴 수 있는 문화에서 소외된 사람들, 가족으로부터 소외된 이들도 빈민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나 신부의 생각이다. 이 때문에 빈민사목위원회가 떠안아야 할 숙제도 많아졌다. 연대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유다.
“다양한 모습의 가난한 이들에게 다가서는 다양한 이름의 교회 조직, 공동체가 서로 연대하며 끊임없이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줄 때 주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교회를 표방하며 지난 1998년 서울 빈민지역에 설립한 5개의 선교본당은 빈민사목위원회가 살고자 하는 ‘가난의 영성’의 이정표라고 할 만하다.
“선교본당은 교회가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아나가기 위한 시도이자 결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 속에서 누굴 못 만나고 있는지 늘 깨어 성찰할 때 ‘가난의 영성’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빈민사목위원회는 1987년 4월 28일 서울대교구 교구장 자문기구 ‘도시빈민사목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1995년 3월 1일 지금의 이름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1997년 4월 청빈운동을 제창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