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제주교구 효돈본당 도심 가꾸기 운동 펼쳐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17-04-25 수정일 2017-04-25 발행일 2017-04-30 제 3042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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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들이 꾸민 성당 정원, 생명의 꽃 피우다
제주교구 효돈본당
도심 가꾸기 운동 펼쳐
‘생태적 삶’ 확산 노력

효돈본당 신자들이 4월 16일 손수 마련한 정원 안에 ‘기억과 희망의 십자가’를 세우고 축복식을 갖고 있다.(효돈본당 제공)

“오늘은 무슨 꽃이 올라왔나 볼까…. 이야! 이게 무슨 꽃이지?”

“‘아이리스’잖아요. 저기 꽃봉오리가 매달린 건 ‘무늬둥글레’고요.”

미사를 마치고 성당 문을 나서는 신자들의 발걸음이 한동안 꽃무리 앞을 떠날 줄 모른다. 꽃을 두고 시작된 대화는 이웃 얘기 등 다양한 관심사로 이어지기 일쑤다. 예수 부활 대축일을 맞아 4월 16일 성당 한켠에 10여 평 남짓한 정원을 마련한 제주교구 서귀포시 효돈본당(주임 김형민 신부)에 일고 있는 조그만 변화다.

효돈본당 공동체가 맞고 있는 즐거운 변화는 생태적 회심에서 발아했다. 본당은 생태적 회개의 삶을 강조해 온 교구장 사목지침에 발맞춰 지난해부터 생태환경운동을 펼쳐오고 있다. 개인과 가정 차원에서부터 자발적불편운동을 실천함으로써 생태적 삶에 한 걸음씩 다가서왔다. 올해 들어서면서 생태적 회개의 삶을 공동체 차원으로 승화시켜 나가기 위해 ‘게릴라 가드닝’(Guerilla Gardening)에 뜻을 모았다. ‘게릴라 가드닝’은 도심의 버려진 자투리땅이나 더럽혀진 거리에 꽃과 식물을 심어 작은 정원으로 변화시켜나가는 생태운동이다.

그 첫걸음으로 성당부터 가꾸고 주변으로 확대해나가자는데 뜻이 모이면서 정원이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3월 말부터 공사에 들어간 정원 꾸미기에는 100명이 넘는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했다. 털수염풀을 비롯해 아이리스, 꼬리풀, 호스타, 베르게니아, 노랑무늬 풍지초, 아스틸베 등 800본의 식물이 정원에 자리를 잡았다.

정원 축복식이 열린 4월 16일은 마침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던 날, 신자들은 정원 한쪽에 ‘기억과 희망의 십자가’를 세웠다. 십자가에 노란 리본을 봉헌하며 참사로 희생된 이들 모두가 주님의 위로를 얻길 한마음으로 기도했다.

본당 주임 김형민 신부는 “자연환경 보호가 소극적 의미의 생태적 삶이라면 지역사회 안에 생명을 심고 함께 가꾸는 일은 적극적인 생태적 삶을 사는 것”이라며 “우리 경험을 지역사회 안으로 확장해 생태적 회개의 삶을 나눔으로써 주님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효돈본당은 앞으로 사제관 앞마당을 채소밭으로 가꿔 동네 주민들이 한데 어울릴 수 있는 장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은 물론 마을 곳곳에 작은 정원을 조성해 생태적 삶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김원범(미카엘·57) 총회장은 “화단 자체의 아름다움보다 전 신자가 한마음으로 생태적 삶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고 뿌듯하다”면서 “우리 손으로 만들어가는 조그만 정원이 죽음으로 얼룩진 세상에 생명의 문화를 전하는 생태적 회심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