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레크는 길(道)이다
데레크(길)는 다라크에서 파생한 말이다. 문자 그대로 하면 ‘밟은 것’이라고 옮길 수 있다. 밟아서 평평해진 땅이요, 그렇게 난 길을 데레크라고 한다. 무릇 길은 원래부터 있지 않았다. 인간이 한 발 한 발 밟아서 길이 된 것이다. 길은 ‘밟은 것’이기에, 계속해서 밟지 않으면 길은 사라질 것이다. 교회의 거룩한 전승도 마찬가지 아닐까? 누군가 전승의 길을 계속해서 밟아야만 전승이 계승될 것이다.
데레크는 ‘집 밖’을 대표하는 말이기도 했다. 모세는 “집에 앉아 있을 때나 데레크를(길을) 갈 때나”(신명 6,7) 한결같이 하느님의 말씀을 지키라고 권유한다. ‘집과 데레크(길)’는 인간이 지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을 아우르는 표현이다.
하느님은 태초의 낙원에 이미 데레크(길)를 마련해 주셨다. 인간이 죄를 지어 에덴에서 쫓겨날 때, 하느님은 “에덴 동산 동쪽에 커룹들과 번쩍이는 불 칼을 세워, 생명 나무에 이르는 데레크를(길을) 지키게 하셨다.”(창세 3,24) 하느님과 인간이 함께 거닐었을 데레크(길)가 차단된 것도 인간적 죄의 결과 중 하나다.
데레크는 한자의 도(道)와 같은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계약을 베푸실 때, “내가 그를 선택한 것은… 그들이 정의와 공정을 실천하여 주님의 데레크를(길을) 지키게”(창세 18,19) 하시려는 뜻이 있었다. ‘주님의 데레크’는 곧 ‘주님의 도(道)’다. 이미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의 계약부터 ‘주님의 도(道)’를 지키는 것은 정의와 공정을 실천하는 것임이 명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