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톨릭문학상(종료)

[제20회 한국가톨릭문학상 특집] 아동문학 수상작 한윤이 동화작가 「기린마을 아이들」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7-04-18 17:34:44 수정일 2017-04-19 10:18:35 발행일 2017-04-23 제 3041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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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린 날, 산과 들로 뛰놀던 추억을 노래하다

197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화 ‘동박골 아이들’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이후 여러 매체에 동화를 쓰며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국어 교사, 잡지사 기자, 출판사 편집부장과 주간 등도 역임했다. 「한윤이 동화선집」, 「하늘을 오르는 사람」 등의 동화집과 장편동화 「다섯 손가락 끝의 무지개」 외 다수의 작품을 선보였다. 현재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 한국여성문학인회 이사, 박홍근아동문학상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한윤이 동화작가는
“어린이들은 놀면서 자랍니다. 놀면서 건강도 키우고 손재주 발재주도 키우고 생각도 키우고 꿈도 키웁니다. 어우러져 사는 사회생활의 기본을 익히고 슬기와 지혜를 익힙니다. 어린이들에게는 바로 노는 게 일입니다.”

한윤이(소피아·70) 동화작가는 그래서 “아이들의 세상은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작가는 어린 시절, 농촌에서 태어나 산과 들, 내(川) 등 자연 속에서, 자연을 먹으며, 자연과 함께 뛰놀며 자랐다. 그래서인지 작품에선 대도시보다 농촌이 자주 배경으로 등장한다. 등장하는 주인공들도 대부분 시골아이들이다.

한 작가는 “실제, 정서적으로 풍요로웠던 유년의 경험과 고향 자연 속에서 얻은 추억은 두고두고 작품의 원천이 된다”고 설명했다. 어린 날, 평화로웠던 일상에 대한 추억은 작가 스스로가 인생을 꾸려갈 때 보는 거울이기도 하다.

올해로 스무 번째 시상하는 한국가톨릭문학상의 본상 아동문학 부문 수상작인 「기린마을 아이들」 역시, 한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을 형상화한 작품집이다. 특히 한 작가는 이 동화책에 “오늘의 어린이들을 지난날의 놀이공간으로 초대해, ‘함께하는’ 놀이를 보여주고 싶은 바람을 담았다”고 전했다.

한 작가는 197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그 전에 김동리 선생이 심사했던 대학신문 현상문예에 소설로 당선되기도 했지만, 그는 동화작가로서의 길을 선택했다. 동화가 주는 매력에 푹 빠졌기 때문이었다. 그의 첫 동화 ‘동박골 아이들’도 단박에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문단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전부터 그는 “작가라면 시대를 앞서는 작품을 써야 할진대, 나는 그에 앞서 어린이들의 좋은 벗이 될 수 있는 동화를 쓰겠다”라는 다짐을 했다. “외롭고 가난한, 그렇지만 꿈을 잃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어린이들에게 꿈을 주고 그 벗”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등단 40년을 훌쩍 넘긴 지금도, 그 뜻은 변함이 없다.

비단, 작가의 체험을 잣대로 대지 않더라도 어린이들은 자연과 더불어 뛰놀면서 생명의 소중함도 깨닫고 자연의 원칙과 법칙 등을 익힐 수 있다. 한 작가는 어린이들이 그렇게 순리대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바라고 그런 세상을 만들어주기 위해 가슴앓이 하는 이가 바로 동화작가라고 말한다. 또한 그것을 담아 제공하는 것이 아동문학이라고 말한다.

동화는 어린이를 위해, 동심(童心)을 바탕으로 지은 이야기와 작품들을 일컫는다.

한 작가는 동화에 관해 “어린 시절 정서적 양식”이라고 설명한다. “아기가 엄마의 젖을 먹고 자라듯, 정서적으로도 양식을 먹지 못하고 크면 성인이 됐을 때 정서가 매우 메마르게 된다”고 우려한다. 또 정서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어른들은 ‘감정적’인 모습은 많이 보여도, ‘정서적인 풍요로움’을 드러내거나 누리진 못한다고도 지적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출간되는 동화들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교훈만을 담고 있거나, 예술성보다 자극적인 기획을 내세우는 사례들도 많다”고 토로한다. 게다가 요즘 동화책에서는 ‘판타지’라는 이유로, 등장인물과 사건 등의 인과성 등을 무시하는 사례도 왕왕 볼 수 있다. 한 작가는 “특히나 어린이들이 읽는 문학은 ‘논리적’, 즉 구성이 탄탄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아이들의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되는 작품이 바로 최고의 작품”이라고 조언한다.

작가가 그동안 내놓은 작품 대부분은 단편동화다. 그의 단편동화는 “아무리 사소한 이야기라도 그 이야기의 발단이 된 사건과의 인과성이 작품 전체의 전개와 긴밀하게 연계돼 몰입도 있게 다가온다”는 평을 받아왔다. 성인들이 읽어도 흥미롭게 다가오는 에피소드들을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열린 결말과 같은 기법으로, 세련되고 정제된 단편의 ‘형식미학’을 보여주는 것도 한 작가 작품의 주요 특징이다.

나아가 한 작가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은 ‘성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성숙은 양심, 사랑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질 뿐 아니라 어린이나 어른 모두에게 중요한 주제다. ‘성숙’이라는 가치는 한 작가가 자신의 책을 읽는 이들에게 주고 싶은 가장 큰 선물이기도 하다.

한 작가는 또한 다양한 작품을 통해 “어떻게 사는 것이 ‘진실하고 가치 있는 삶인가’, ‘잘 사는 길인가’, ‘아름답게 영원히 사는 길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그 답을 보여주는 어른들의 모습을 드러내는 데에도” 힘을 실어왔다. 그리고 “한 사람의 작가가 쓰는 작품은 독자의 정신과 영혼에 양식이 돼야 한다는 사명감을 바탕으로, 작품 속 주인공을 통해 그러한 가치들을 구현하는 것이 작가의 몫이 아니겠는가”라고 강조한다.

● 수상작 「기린마을 아이들」

널뛰기 연날리기 땅따먹기…

예전 그때 놀이공간으로 초대

「기린마을 아이들」(2016년, 신아출판사)은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70 청춘에 쓴 동화책’이다.

지난해 한윤이 동화작가는 등단 40주년을 맞아 이 책을 선보였다. 최근 종합 문예지를 통해 발표했던 작품들 중, ‘은행나무 호떡집’, ‘할아버지 만세!’, ‘가고 싶은 나라’ 등 9편의 단편동화를 선별해 엮었다.

동화 속 어린이들은 대부분 자연 속에서, 여럿이 함께 어우러져 지혜를 키우고, 그런 속에서 ‘나’와 ‘우리’를 찾으며 성장한다. 도시화로 인해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이기에 더욱 애틋한 그리움과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널뛰기 그네뛰기 연날리기 다리밟기 팽이치기 고누놀이 쥐불놀이 강강술래 땅따먹기 공기놀이 씨름 제기차기…. 작가는 단숨에 읊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종류의 옛 놀이들도 소개한다. 우리나라에는 예부터 마을 한마당에서, 산과 들에서 마음껏 뛰며 즐기던 놀이들이 있다.

한 작가는 “이 놀이들을 조금만 변경시켜 알려주면 요즘 아이들도 얼마든지 즐겁게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친구보다 기계와 더 가깝게 지내는 “오늘의 어린이들을 지난날의 놀이공간으로 초대”해, “함께하는 놀이를 보여주고 싶은” 작가의 바람이 한껏 머금은 동화 작품들이다.

● 아동문학 부문 심사평 정두리(세라피나) 아동문학가

자연과 이웃하며 자라는 어린이들 그려

아동문단의 경륜으로 보나 문학적인 역량으로 보아도 한윤이 작가의 작품은 한국가톨릭문학상 ‘아동문학’ 부문 본상을 받을만하다. 특히 한윤이 작가의 동화 「기린마을 아이들」에게 끌리는 것은, 자칫 소외될 수 있는 시골 어린이들을 그린 동화라는 점이었다.

분이 경희 서연 정순, 네 명의 어린이들에게 잊혀지고 있는 놀이를 재현시키고 그들이 부르는 동요가 눈길을 끄는 새삼 반갑고 정다운 동화의 배경. 「기린마을 아이들」에 수록된 9편의 동화에는 시간과 장소를 초월한 따뜻한 소통과 정직하고 반듯한 마음이 나타나 있다. 이즈음의 동화류에서 유행하는 말투나 남을 아프게 하면서까지 재미 위주로 흘러가는 동화와 구별되는 한윤이 작가의 동화, ‘스마트폰 화면에 코를 바짝 대고 까닥까닥 손가락놀림에 빠져있는 어린이를 구출’하고 싶다는 작가의 말에서처럼 「기린마을 아이들」을 어린이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