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기혼남성 사제서품 고려 가능… 독신제 지켜야”

입력일 2017-03-14 수정일 2017-03-14 발행일 2017-03-19 제 3036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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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독일 언론과 인터뷰 중 ‘성소 부족’ 관련해 밝혀
독신서원 없는 사제 생활은 해결책 될 수 없음 강조
“위기 극복하려면 기도하고, 열정 있는 청년 인도해야”

【외신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이 “경우에 따라 기혼남성을 사제로 서품하는 문제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성소 부족 위기의 해결책으로 독신제를 폐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교황은 3월 9일 독일의 대표적 진보언론 디차이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인 사제성소 부족은 해결해야 할 “엄청난 문제”라면서도 “‘자발적 독신’은 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자발적 독신’이란 정교회와 성공회처럼 사제서품에는 독신서원을 받지 않지만, 주교나 추기경처럼 고위 성직자가 되기 위해서는 독신을 지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교황은 가정을 꾸렸지만 신앙이 깊은 ‘비리 프로바티’(viri provati)를 서품하는 일은 고려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 경우, 예를 들면 외딴 지역 사목 등 이들에게 어떠한 역할을 부여할지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리 프로바티는 ‘신앙이 검증된 사람’이라는 뜻의 라틴어로, 가정이 있으면서 경험도 풍부하며 공동체의 존경을 받는 사람을 말한다.

현재 라틴전례 가톨릭교회 안에는 가톨릭으로 개종한 성공회 사제 등 기혼 사제들이 있다. 동방전례 가톨릭교회도 기혼자 서품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사제품을 받은 이는 결혼할 수 없다.

교황은 성소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기도’”라면서 특히 열정을 가진 젊은이들을 성소의 길로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디차이트에 따르면, 독일교회 안에서는 뮌스터대교구의 디터 기어링스 보좌주교와 독일가톨릭중앙위원회의 토마스 슈테른베르크 회장을 중심으로 사제독신 폐지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슈테른베르크 회장은 사제독신이 “타당성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최근 들어 교황 측근들 사이에서도 사제독신 규정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제안들이 나오고 있다. 교황청 국무원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과 전 성직자성 장관이자 교황의 측근인 클라우디오 우메스 추기경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한편 교황은 인터뷰를 통해 교회는 “두려움 없이 변화에 맞서야한다”면서 “진실은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두려움은 문을 닫게 하지만 자유는 문을 열게 한다”면서 “아주 작은 자유일지라도 작은 창 정도는 열게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자신을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나는 실수투성이 죄인”일 뿐이라고 몸을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