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겔 다리를 건너 주변을 둘러보며 나를 기다리고 있을 공소 교리교사를 찾는데,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지나는 마을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겨우 도착했습니다. 차로 두 시간 반이나 걸리는 머나먼 여정이었습니다.
공소에 도착하니 교리교사가 보이지 않습니다. 보통 공소에 신부가 방문하는 날이면 사람들이 미리 모여 노래를 하면서 신부를 기다리는데, 왠지 오늘은 한산합니다. 사정을 들어보니 공소 방문이 어제인 줄 알고 하루 먼저 마을 사람들이 전부 모여 북치고 노래하며 신부를 종일 기다렸다고 합니다. 교리교사도 바르겔 다리에서 하염없이 기다렸다고 합니다. 순간 ‘두 시간을 넘게 운전하고 겨우 찾아왔는데, 헛걸음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어젠 마을 사람들이 하루 종일 기쁜 마음으로 신부를 기다렸을 텐데 어찌됐건 큰 실망을 안겼구나’하는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어제의 무의미한 기다림에는 한 마디 불평 없이 다시 반갑게 맞아주는 마을 사람들에게 큰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간단하게 챙겨간 약품들을 이용해 가벼운 환자들을 처치해주고, 가져간 배구공과 노트와 펜을 나눠줬습니다. 다시 2시간 반을 운전해서 돌아가야 했지만 전혀 멀게 느껴지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예정된 세례식을 하지 못해 조만간 다시 와야 하지만 헛걸음했다는 생각도 싹 사라졌습니다. 그저 ‘이렇게 먼 곳에, 이런 부시(숲) 안에 신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너무 늦게 왔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례는 미뤄졌지만 그들의 마음을 보고 와서 이 길이 전혀 의미 없진 않았습니다. 다음에 아부나곳을 방문할 때엔 배를 타고 강을 건너 갈까합니다. 이상협 신부님은 배를 타고 가다가 배가 뒤집어지는 사고도 당했다고 하는데, 차로 가기엔 조금 먼 것 같습니다.이상권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