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한국교회 본당 사목지표’ 표본조사 결과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7-02-21 수정일 2017-02-22 발행일 2017-02-26 제 3033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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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선포와 공동선 실천 노력 부족하다
전례·성사 참여 수준 비해 낮아
의무감에 매인 신앙생활 드러내
‘말씀의 생활화’ 적극 도와야

한국교회 신자들이 ‘말씀 선포’에 대해 갖는 관심과 참여 의지가 다른 신앙생활 참여도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선(연대)’을 실천하려는 인식 또한 상대적으로 매우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비해 ‘그리스도와의 친교와 일치’를 이루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결과는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소장 강우일 주교, 이하 사목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한국교회 본당 사목지표’ 표본조사에서 살펴볼 수 있다.

사목연구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과 정신이 각 본당에서 얼마나 사목적으로 표현되고 또 신자들의 삶 안에서 구현되고 있는지를 가시적으로 비교해볼 수 있는 사목 진단 프로그램 ‘한국교회 본당 사목지표’를 구축한 바 있다. 사목연구소는 이 프로그램에서 활용할 ‘전국 사목지표’를 도출하기 위해, 지난 해 전국 73개 본당 1만3655명의 신자들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실시했다. 이 표본조사는 한국교회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조사로 평가된다. 특히 사목지표 중 ‘내적 지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4대 헌장인 계시·전례·교회·사목 헌장을 신학적 준거로 삼아 복음화의 지표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로 더욱 관심을 모은다.

표본조사 결과 중 전례헌장을 주제로 풀어낸 ‘성사와 전례’에 관한 전국 사목지표는 7.54(10점 환산)로 나타났다. 반면 계시헌장을 바탕으로 한 ‘복음 선포’ 지표는 6.62, 사목헌장을 바탕으로 한 ‘세상 속의 교회’ 지표는 6.90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세부적으로 볼 때 격차는 더욱 컸다. 한 예로, ’나는 주일미사 참례가 신자들의 중요한 의무라고 생각한다’(‘성사와 전례’)는 전국 지표 9.00로 나타났다. 하지만 ‘나는 직장, 이웃, 가정에서 기회 있을 때마다 선교를 한다’(‘복음 선포’)는 4.67에 머물렀다.

‘세상 속의 교회’를 실현하는 노력 중 ‘공동선(연대)’과 관련한 질문 ‘나는 전쟁과 기아 등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기도 또는 후원을 하고 있다’에 대한 지표는 5.15였다. ‘나는 다양한 소통 도구(인터넷, 스마트폰 등)를 이용하여 선교에 힘쓰고 있다’(‘세상 속의 교회’)도 4.25에 그쳤다.

또 전국 종합 사목지표는 50대에서 7.19로 가장 높게 조사됐다. 반면 20대의 경우엔 6.40, 10대는 6.49에 머물렀다.

사목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에 관해, 그동안 한국교회 신자들이 ‘의무적’인 전례와 성사 중심으로 신앙생활을 해왔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라고 평가한다.

전원 신부(전 사목연구소 부소장, 서울대교구)는 “신자들이 살아있는 말씀의 힘으로 전례와 성사에 참례하기 보다 의무감에 매여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라면서 “이러한 상태가 지속될 경우 교회 내 젊은이들은 더욱 줄어들고 교회는 활력을 잃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에도 우려하고 있던 문제점들을 객관적으로 재확인했다면, 앞으로 소공동체 등을 통해 신자 개개인이 말씀에 더욱 맛들이고 나눌 뿐 아니라, 말씀으로 세상을 식별하는 능력을 키우고 자발적으로 공동선 실천 등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