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최익철 신부 우표 전시관 개관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17-01-31 수정일 2017-02-01 발행일 2017-02-05 제 3030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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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며 모은 반세기 ‘우표 사랑’ 결실 맺다
1963년부터 10만 장 모아
신자들 신앙교육에도 활용
서울 명동 1898광장에 마련
전례력에 맞춰 전시할 계획

최익철 신부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뉴질랜드 성모님 우표가 인쇄된 우편엽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한 사제의 하느님을 향한 50여 년 열정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금자탑으로 결실을 맺었다.

1월 20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 지하 1898광장 한켠. 후배 사제와 지인들의 축하 박수 속에 선 최익철 신부(95·서울대교구 원로사목자)는 감격스런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우표 박사’ ‘우표 신부’로 널리 알려진 자신의 이름을 딴 우표 전시관이 모습을 드러낸 날, 최 신부는 남모를 감개에 젖어 수없이 눈물을 찍어내고 있었다.

“우리가 유일하게 바칠 기도는 감사기도입니다.”

최 신부는 예부터 자신의 입에 붙어있다시피 한 이 말을 수없이 되뇌며 주님께 감사를 드렸다.

이날 문을 연 ‘최익철 베네딕도 신부 우표 전시관’은 최 신부의 각별한 우표 사랑이 밑거름이 됐다. 지난 1963년부터 우표를 수집하기 시작했으니 꼬박 반세기 넘는 세월의 노고가 담겨 있는 셈이다.

“성령의 이끄심이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지요.”

여덟 살 무렵 최 신부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3전을 쥐어주며 우표를 사 편지를 부치고 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그 돈으로 살 수 있었던 우표 두 장에서 비롯된 인연이 오늘까지 이어진 셈이다.

1960년대 중반 당시 교편을 잡고 있던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실에 비치돼 있던 월간 「우표」지가 그의 눈에 들어온 건 우연이 아니었다. 1970년부터 매년 1년 치 「우표」지를 제본하며 본격적인 우표 수집에 나섰다. 어떨 때는 당시 돈으로도 상당한 5만 원이 넘는 우표 앞에 좌절할 뻔도 했지만, 그때마다 어떤 손길이 그를 도왔다.

이미 1975년경 우리나라에서 발행된 우표를 다 모은 최 신부는 이후 해외에서 발행되는 우표로 눈을 돌렸다. 맹목적으로 우표를 수집한 게 아니라 가톨릭과 관련된 우표들이 그의 목표였다. 해외에서 발행되는 우표도감을 보고 아프리카와 남미까지 찾아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반세기 넘게 모은 우표는 10만 장이 넘는다. 책자 등으로 공식 출간된 것만 해도 8종 43책 2200여 리프 3만 장에 달한다.

이 우표들을 슬라이드로 제작해 신자들의 신앙교육에 활용한 것은 그의 재치였다.

유경촌 주교가 전시관을 축복하고 있다.

노사제는 지난 1998년 9월 사목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자신이 가진 지식과 지혜를 후대에 나눠주기 위해 책을 펴내는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사제로 살아오며 그동안 손수 저술하거나 번역해 출간한 신앙서적만 해도 50권을 훌쩍 넘어서지만 그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자신의 저서와 평생 수집한 성화우표를 전시ㆍ판매해 마련한 재원으로 지난 2002년부터 청각장애아들에게 300대가 넘는 보청기를 선물한 것도 이들에게 하느님께로 통하는 문을 열어주기 위함이었다.

“저는 하느님께 좋은 탈렌트를 많이 받았어요. 죽을 때까지 그것을 잘 활용해 주님이신 그분께 돌려드려야지요.”

지난 2005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몸 오른편이 불편하지만 요즘도 컴퓨터 앞에 앉으면 그간 자신이 모아온 우표와 씨름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최 신부가 소중히 간직해온 스크랩북에는 수도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우표와 각종 성경 자료, 성인 일대기 등이 꼼꼼하게 정리돼 있다.

전시관에서는 그의 이런 노고와 발자취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순서대로 전시된 우표들을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묵상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최 신부는 사순시기에는 십자가의 길을 표현한 우표를, 성모성월엔 성모 마리아와 관련된 우표를, 주님 성탄 대축일엔 세계의 크리스마스 우표를 전시하는 등 전례력에 맞는 주제로 우표 전시관을 운영할 예정이다.

‘나는 죽지 않으리라, 살아 보리라, 주님의 장하신 일을 이야기하고자’라는 시편의 말씀을 가슴에 품고 산다는 최 신부는 “좋으신 주님을 전하는 데 잠시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날 유경촌 주교(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 주례로 전시관 축복식을 가진 노사제는 “너무 좋아 춤추고 싶다”는 짧은 말로 벅찬 기쁨을 드러냈다.

※관람 문의 02-727-2196 우표 전시관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