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제의 하느님을 향한 50여 년 열정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금자탑으로 결실을 맺었다.
1월 20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 지하 1898광장 한켠. 후배 사제와 지인들의 축하 박수 속에 선 최익철 신부(95·서울대교구 원로사목자)는 감격스런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우표 박사’ ‘우표 신부’로 널리 알려진 자신의 이름을 딴 우표 전시관이 모습을 드러낸 날, 최 신부는 남모를 감개에 젖어 수없이 눈물을 찍어내고 있었다.
“우리가 유일하게 바칠 기도는 감사기도입니다.”
최 신부는 예부터 자신의 입에 붙어있다시피 한 이 말을 수없이 되뇌며 주님께 감사를 드렸다.
이날 문을 연 ‘최익철 베네딕도 신부 우표 전시관’은 최 신부의 각별한 우표 사랑이 밑거름이 됐다. 지난 1963년부터 우표를 수집하기 시작했으니 꼬박 반세기 넘는 세월의 노고가 담겨 있는 셈이다.
“성령의 이끄심이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지요.”
여덟 살 무렵 최 신부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3전을 쥐어주며 우표를 사 편지를 부치고 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그 돈으로 살 수 있었던 우표 두 장에서 비롯된 인연이 오늘까지 이어진 셈이다.
1960년대 중반 당시 교편을 잡고 있던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실에 비치돼 있던 월간 「우표」지가 그의 눈에 들어온 건 우연이 아니었다. 1970년부터 매년 1년 치 「우표」지를 제본하며 본격적인 우표 수집에 나섰다. 어떨 때는 당시 돈으로도 상당한 5만 원이 넘는 우표 앞에 좌절할 뻔도 했지만, 그때마다 어떤 손길이 그를 도왔다.
이미 1975년경 우리나라에서 발행된 우표를 다 모은 최 신부는 이후 해외에서 발행되는 우표로 눈을 돌렸다. 맹목적으로 우표를 수집한 게 아니라 가톨릭과 관련된 우표들이 그의 목표였다. 해외에서 발행되는 우표도감을 보고 아프리카와 남미까지 찾아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반세기 넘게 모은 우표는 10만 장이 넘는다. 책자 등으로 공식 출간된 것만 해도 8종 43책 2200여 리프 3만 장에 달한다.
이 우표들을 슬라이드로 제작해 신자들의 신앙교육에 활용한 것은 그의 재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