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제3회 가톨릭영화제에서 ‘지구는 공동의 집’ 주제로 영성토크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6-11-02 수정일 2016-11-02 발행일 2016-11-06 제 3018호 6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생태적 감수성 키우는 ‘자연의 소리’ 들어보세요”
영화제 중 생태 영화 10편 소개 
황창연 신부·강금실 대표 등 
“환경 보호는 신앙인 소명” 강조

“지느러미가 떨어진 상어가 더 헤엄칠 수 없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 가슴 아팠습니다. 중국집에서 삭스핀을 먹는 호사를 누린 것이 너무나 미안합니다.” (황창연 신부)

“도시민들은 자연과 단절된 삶을 살기에 자연의 소리를 듣기가 참 어렵습니다. 신앙이 듣는 데서 시작되듯이, 자연의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생태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강금실 대표)

올해 가톨릭영화제에서는 생태를 주제로 한 특별전도 함께 열려, 10편의 생태 영화들이 소개됐다. 그 중 한 편인 ‘레이싱 익스팅션’(Racing Extinction)은 멸종 위기의 생물 종들을 보호하기 위해 예술가들과 환경운동가들이 모여 펼치는 흥미진진한 ‘작전’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이 영화를 중심으로 한 영성토크가 10월 28일 저녁 7시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1층 강당에서 열렸다.

‘지구는 공동의 집’을 주제로 마련된 영성토크에는 황창연 신부(성필립보생태마을 관장)와 강금실 대표(에스더, 포럼 ‘지구와 사람’)가 각각 패널로 참석했다. 사회는 배우 우기홍(미카엘)씨가 맡았다.

영성토크에서는 영화가 주는 생태적 메시지에서부터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 나아가 그리스도인의 생태적 실천 노력의 중요성까지 생태와 환경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두 패널들은 우선 귀를 닫으면 들리지 않을 자연의 소리에 경탄했다.

황 신부는 “어미 고래와 아기 고래가 대화하는 소리, 돌고래가 물살을 가르며 유영하는 소리를 들으며 지구에서 생명들과 함께 산다는 것은 영광”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어렸을 적, 개울과 나무, 작은 산에서 들리는 자연의 소리를 지금은 모두 잃어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인간은 동물을 지배하는 존재인가?’이에 관해 두 패널은 회의적이었다.

강 대표는 “생태적 관점에서 성경을 읽으면, 예수님께서 동물들과 함께 계시는 장면들이 눈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어 황 신부는 독일과 뉴질랜드 등의 ‘동물 권리법’을 소개하면서 “닭은 닭장에서 키울 수 없고, 소는 고삐를 풀어서 키워야 하며, 소 한 마리당 최소한 1000평의 땅을 확보하도록 한다”고 전했다. 동물도 생명으로서의 권리를 갖는다는 의미다.

또 최근 한 지방법원 판결에서, ‘물건’으로만 취급받던 동물에 대해 ‘살아있는 물건’이라는 판결이 나온 것은 진일보라고 평가했다.

강 대표는 “토마스 베리 신부는, 진화의 연속선상에서 동물과 사람을 똑같은 주체로 보았다”면서 “주체들의 친교라는 것이 바로 ‘지구법’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오늘날 에너지와 핵 문제는 초미의 생태적 관심사이다. 영성토크는 자연스럽게 핵발전에 관한 대화로 흘러갔다.

강 대표는 “북한도 핵 문제가 심각하고, 중국도 우리나라와 가까운 동쪽 해안으로 핵발전소들이 건설돼 있고, 우리도 동해안 쪽으로 많은 핵발전소가 있다”면서 “대체 에너지가 전혀 개발돼 있지 않은 상황이 문제를 더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또 “중요한 것은 공론화”라며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해서 토론하면 결국은 재생 에너지로 정책의 흐름을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결론은 각자의 실천으로 모아졌다.

황 신부는 “크게 책임질 사람, 작게 책임져도 되는 사람은 있겠지만, 환경 파괴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면서 “우리 농산물을 살리고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독립운동’과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환경과 생태계 보호는 신앙인의 소명”이기에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희망을 갖고 환경 보호를 실천해야 한다”고 전했다.

제3회 가톨릭 영화제 중 10월 28일 열린 영성토크에서 황창연 신부, 배우 우기홍씨, 강금실 대표(왼쪽부터) 등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