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특권 파괴’에서 한국교회 나아갈 길 찾다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6-09-21 수정일 2016-09-21 발행일 2016-09-25 제 3012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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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발표회 ‘병인박해와 삼천년기 한국교회’ 중 제기
 순교자들, 신앙 증거 위해  신분 사회에도 평등 추구
“구체적 사랑 실천은 순교”

삼천년기 한국교회 미래는 순교자들의 평등 추구와 특권 파괴 정신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 같은 의견은 조광(이냐시오) 고려대학교 명예교수가 9월 10일 오후 인천 화수동성당에서 인천가톨릭대학교 겨레문화연구소(소장 김웅래 신부)와 인천교회사연구소(소장 장동훈 신부) 공동주관으로 마련한 학술연구발표회 ‘병인박해와 삼천년기 한국교회’에서 내놨다.

병인순교 15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학술연구발표회는 병인박해 당시의 기록과 증언을 중심으로 과거를 기억하면서 앞으로 삼천년기 한국교회 미래의 나아갈 길을 찾는 자리였다.

조 교수는 이번 학술연구발표회 제1발표 ‘기억과 삶 : 병인박해 기념과 한국교회’에서 “한국교회가 배워야 할 순교자 정신의 핵심은 평등 추구와 특권 파괴”라며 “오늘날 당연시되기도 하는 평등 추구와 특권 파괴는 신분제가 엄연하던 19세기 박해시대에는 혁명적 발상인 동시에 철저한 그리스도교 정신의 실천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순교는 조선 후기 교회에서 강조하던 아버지 천주에 대한 새로운 체험과 그 체험의 기쁨에서 파생된 결과였다”며 “순교자들은 그리스도교 교리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모든 사람들은 하느님의 자녀로 평등하다는 가르침을 실천했고 이웃에 대한 사랑 때문에 자신의 특권적 신분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한국교회가 양적으로 성장하고는 있지만 중산층화 돼 있는 현상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 “성당에 가면 비슷한 지위의 신자들끼리 어울리는 것이 현실인데 양반이 종이나 소작인, 백정과 같은 미천한 존재들과 형제요 자매로 어울렸던 초기교회의 모습을 오늘날 신자들이 배울 필요가 있다”고 일갈했다.

조 교수는 ‘순교’의 개념에 대해서도 새롭게 해석했다. 과거에는 믿음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만을 순교로 보았지만 현대에는 이웃에 대한 사랑을 구체적 삶의 단계로 확대시키는 행위도 순교라는 것이다.

제2발표 ‘병인박해에 대한 조선 천주교회 신자들의 경험과 기억 - 박순집의 증언을 중심으로’를 맡은 김규성 신부(인천가톨릭대 교수)는 ‘순교자들의 행적 증언자’ 박순집(베드로·1830~1911)이 순교자들의 시신을 찾아 운구하고 시복재판에서 증언했던 기록을 종합적으로 살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