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병인순교 150주년 특별전 ‘Another Time’ 여는 조숙의 조각가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6-08-02 22:39:02 수정일 2016-08-03 14:24:57 발행일 2016-08-07 제 3006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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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 뛰어넘은 순교의 영적 가치 표현
조각·회화·설치작품 전시
17~23일 서울 갤러리1898

아무리 살펴보아도 세속적인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던 신앙 선조들의 삶. 세상을 거스르는 ‘또 하나의, 또 다른 시간’. 그것은 가깝게는 1년 전, 멀게는 10년 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던 화두였다.

2005년 가톨릭대학교 개교 150주년 기념 조각 작품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를 제작하며 모티브로 삼았던 “내게 비겨 더 착실한 목자를 상 주실 것이니 부디 설워 말고 큰 사랑을 이뤄 한 몸같이 주를 섬기다가 사후에 한 가지로 영원히 천주 대전에 만나 길이 누리기를 천만 천만 바란다”는 김대건 신부의 마지막 편지는 그렇게 계속 머릿속을 맴돌며 순교자들의 영적인 시간에 대한 관조로 이어졌다.

성(Holiness)과 인간 실존(Existence)의 만남을 형상화하는데 몰두해온 중견 조각가 조숙의(베티·수원교구 성마리아본당) 작가가 8월 17~23일 서울 명동 갤러리1898에서 병인순교 150주년 기념전시회 ‘Another Time’을 연다.

“그분들이 염원했던 시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직선적인 시간이 아닌, 영적인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간과 세계는 세속적으로 아무리 붙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것입니다. 병인순교 150주년을 맞아 그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조숙의 작 ‘祭典’(제전). 진홍빛 양털 방울로 순교자들의 핏방울을 표현했다.

1~3전시실 전관에서 개최되는 전시는 ‘어두운 밤’(조각), ‘여명’(회화), ‘제전’(설치) 세 부분으로 나눠 다양한 형식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모든 작가적 역량을 쏟아 순교자들에게 바치는 ‘헌사’ 인 셈이다.

“한 개인의 힘으로 순교자들을 조명한다는 게 사실 버거운 일인데, 순교자들이 도와주시는 듯하다”는 조 작가. “영원한 것을 향해 앞서 가신 그분들 자취를 윤곽만이라도 보여드려도 성공한 것”이라고 했다.

작품에서 그러한 작가의 고민이 흠뻑 묻어난다. 회화 부분에서는 화선지와 먹을 사용, 순교자들의 고귀한 넋을 표현했다. 병인박해 당시의 재료를 통해 좀 더 신앙 선조들에게 가까이 가고자 하는 뜻에서다. 순교자의 핏방울을 의미하는 가볍고 뭉클뭉클한 진홍빛 양털 방울들을 바닥에 물처럼 흐르도록 한 설치 형식에서는 내적 생명을 드러내고자 했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병인박해와 관련된 내용들을 다시금 꺼내들고 묵상했다는 조 작가. “150년 전 하느님을 증거하다 죽어간 순교선열들의 숭고한 시간은 ‘영원한 현재’로서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로 여겨진다”는 그는 “모욕과 경멸을 당하면서도 그 모든 시련을 하느님 손에 맡기는 겸손함을 보였던 선조들을 본받아 우리 모두 세상 속에서 영적인 가치를 살아내는, ‘이겨내는’ 신앙인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시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조숙의 작가는 2015년 한국가톨릭미술상 본상을 수상했고, 2007년 평론가가 선정한 현대작가 55인에 선정된 바 있다. 현재 서울특별시 미술작품 심의위원과 한국여류조각가회 회장을 맡고 있다.

※문의 02-727-2336~7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